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로 유럽에서 올 가을과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대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각국 정부가 수십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분주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은 이날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인플레이션 부담 경감 패키지를 발표했다. 총 650억유로(약 88조원) 규모로 천연가스 부가가치세 인하, 저소득자 및 통근자 지원금 제공 등이 포함됐다. 독일은 에너지기업들의 초과 이익에 대해서도 과세하기로 했다.
독일의 인플레이션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책은 이번이 3차로 1·2차 패키지를 합치면 전체 규모가 130조원에 달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많은 돈이 들지만 꼭 필요한 지출"이라며 "이번 위기를 안전하게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도 지난해 평균 전력 소비량의 80%에 대해 전력 가격 상한선을 적용해 가계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25억유로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전력 생산업체들이 계약한 선물 증거금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자 이들 기업에 대규모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스웨덴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에너지 기업들의 물량 구매를 돕기 위해 230억유로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핀란드도 러시아발 전력 가격 쇼크가 금융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며 전력 회사들에 100억유로 규모로 지원을 약속했다. 미카 린틸라 핀란드 경제부 장관은 "이번 위기는 에너지 부문에서 리먼 브러더스 위기가 촉발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은행들이 도미노 붕괴한 상황이 현지 에너지 기업들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각국에서 쏟아지는 대책은 에너지 대란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특히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가을·겨울을 앞두고 사회·경제적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주말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는 시위대 7만명이 거리로 나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독일에서도 좌파당과 극우 세력이 시위를 예고했고 일부 노조 역시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주말 유럽행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은 지난 3일 독일 등 유럽으로의 가스공급에 이용되는 주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가스관 내 기름 유출을 이유로 돌연 재가동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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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파에 유럽 가스가격은 다시 폭등세다. 5일 장 초반 유럽 가스가격 기준물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10월물은 전날보다 23% 넘게 치솟으며 메가와트시(MWh)당 265유로를 가리키고 있다. 장중 한때 272유로도 찍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42유로에 비하면 6배 넘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