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플랜B' 없이 '행성B'로… 새만금 잼버리 잔혹사

[우보세] '플랜B' 없이 '행성B'로… 새만금 잼버리 잔혹사

김희정 기자
2023.08.09 05:13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용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북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독일 대원들이 8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학교에서 기숙사 입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08.08.
[용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북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독일 대원들이 8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학교에서 기숙사 입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08.08.

"우리에겐 플랜B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행성B가 없기 때문입니다(We do not have 'plan B' because we do not have a 'planet B')."

2019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서밋 벡텔 국립공원에서 개최된 제24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World Scout Jamboree, WSJ) 폐영식에서 반기문 반기문재단 이사장이 기조 연설을 맡아 대미를 장식한 말이다. 반 이사장은 "우리가 자연과 협상할 순 없다. 자연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4년. 반 이사장의 연설은 현실이 됐다. 제25회 WSJ가 열린 전북 부안 새만금은 당초 취지와는 사뭇 다른 의미에서 전세계인들에게 "도전과 개척의 땅"이 됐다. '플랜B'가 없는 폭염 속에서 전세계 4만5000여 청소년들이 온열질환과 미흡한 기반시설 및 위생 상황에 노출된 채 대회 절반도 못 채우고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태풍 북상에 따른 대피라지만 사실상 조기 폐막에 가깝다.

'행성B'를 찾아 새만금을 뒤로 했지만 사전에 플랜B는 없었다. 급작스레 프로그램 일정을 바꾸고 4만여명이 넘는 스카우터들이 묵을 숙소와 교통편을 마련하느라 조직위는 물론 온 행정력이 총동원됐다. 서울시가 민간 홈스테이까지 모집했지만 대원들은 서울과 경기, 전북, 충남, 충북 등 8개 시·도로 이동하게 됐다.

2017년 새만금이 세계 잼버리 대회 개최지로 결정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세계 청소년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큰 꿈을 키우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확신한다"며 자축했다. 행사 준비만 충실했다면 테슬라의 아시아 메가팩토리까지는 아니어도 해외투자를 유치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을터다.

하지만 간척지의 태생적 한계와 기후변화에 따른 역대급 더위, 여기에 세 부처 장관들이 한꺼번에 잼버리 조직위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운영의 미(美)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새만금은 글로벌 '극기 훈련장'으로 전락했다. 반 이사장의 말처럼 엘니뇨 이상고온과 태풍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8월 새만금의 땡볕 더위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7년 경쟁 개최지였던 폴란드의 그단스크는 여름 기온이 20~25도로 청량하다. 반면 새만금은 상업용지로 조성돼 평평하고 배수장치가 충분하지 않다. 소나기라도 한 번 내리면 물이 고여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타당성 조사 결과에서 위험 요인으로 자연 재해와 안전사고 가능성을 거론했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였다.

경고는 무시됐다. 새만금처럼 간척지에서 개최됐던 2015년 일본 세계잼버리 사례를 감안하면 변명도 어렵다. 409㎢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를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역대 모든 정부가 풀지 못한 숙제였다.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하려는 욕심은 앞섰으나, 전세계 수만명의 청소년을 호스트로 맞이할 책임감은 부족했다.

책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쉬움은 크지만, 한국을 믿고 찾아준 이들이 호감을 갖고 돌아갈 수 있게 끝까지 디테일에 신경써야 한다. 남은 기간 거리에서 전세계 스카우터들과 마주칠 시민들의 몫도 크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희정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