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AI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간의 격차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15일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인공지능(AI)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테크기업 대표들은 AI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쏟아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심오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말했고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노동시장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대 초반 대형언어모델(LLM)이 처음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 경제학자와 경영진들은 AI 도구가 공평한 경쟁 환경을 만듦으로써 저숙련 근로자가 가장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이 보도했듯이 최근 AI가 근로자 간 불평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다.
초기에는 AI가 근로자 간의 격차를 줄일 것으로 전망

초기 연구는 AI가 격차를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많았다. AI와 생산성, 노동시장에 대한 글로벌 석학인 에릭 브린욜프슨(Brynjolfsson) 스탠포드대 교수는 생성형 AI 도구가 고객지원센터 신입 직원의 생산성을 34% 향상시켜 고객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빨리 처리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반면 숙련노동자들은 AI가 그들이 이미 스스로 쓰고 있는 업무 방식을 돕는 데 그쳤기 때문에 이점이 별로 없었다. 브린욜프슨 교수의 연구 결과는 AI 기술이 능력이 뛰어난 직원의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능력이 부족한 직원에게 전수함으로써 근로자 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조나단 최 교수와 공동 저자도 범용 AI 도구가 계약서 초안 작성 등 법률 업무의 품질을 향상시켰으며, 특히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법대생들에게서 가장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결과는 특정 직업이 AI 기술로 지원받을 수 있는 단순 작업을 하는 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이면이 있다. AI 기술 발달로 위협받을 직종이 될 수도 있다.
한편 NPR은 올해 초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브린욜프슨 스탠포드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저숙련 노동자가 고숙련 노동자보다 생성 AI 사용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그는 최근 연구 결과를 의식한 듯 "두 가지 다른 방향에 대해 모두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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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해,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격차가 확대

브린욜프슨 교수의 말처럼 고성과자가 AI를 통해 더 높은 성과를 올리는 반면, 나머지는 뒤처지는 미래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늘고 있다. 특히 연구, 경영 등 복잡한 업무에서 고성과자가 AI와의 협업에 가장 적합하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AI 모델의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과 올바른 판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펌인 A&O 셔먼에서 AI 도구는 신입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변호사와 법률 보조원이 처리했던 일상 업무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회사의 AI 소프트웨어는 계약서를 분석하고 이전 딜과 비교해서 30초 안에 수정사항을 제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AI 책임자인 데이빗 웨이클링은 성과가 뛰어난 고참 변호사들이 이 기술을 사용해 전략적 결론을 내리는 데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번 미국경제학회에서도 AI가 성공한 기업가들을 더 성공하게 함으로써 불평등을 키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UC버클리대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경제학자 5명으로 구성된 팀이 케냐의 기업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다.
기업가들에게 사업조언을 제공하는 GPT-4 기반 AI 멘토를 이용하도록 한 결과, 고성과자는 AI 조언으로 20% 이상의 혜택을 보았지만, 저성과자는 AI 때문에 오히려 약 10% 나빠진 성과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고성과 기업가가 AI에 좋은 질문을 하고 실행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전략을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AI로 인해 기업가 집단의 불평등이 확대된 것이다.
MIT 박사과정을 밟는 토너-로저스(Toner-Rodgers)는 대기업의 R&D 연구부서에서 근무하는 10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AI를 이용한 후 발생한 생산성 변화를 분석했다. 토너-로저스는 "하위 3분의 1의 과학자들은 별로 혜택을 보지 못한 반면, 최상위 연구자들의 산출물은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술혁명은 항상 숙련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작용…우리가 할 일은?

노동 시장은 항상 오래된 역할의 파괴와 새로운 역할의 창출로 정의되어 왔다. 2018년 미국 일자리의 60%는 1940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비행기 설계는 1950년대 미국 인구조사에 추가됐고 회의 기획자는 1990년대에 나타났다.
AI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면 누가 그 일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역사는 기술 격변이 숙련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혁명 시대 증기 기관을 마스터한 기술자의 임금이 치솟은 반면 일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컴퓨터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큰 보상을 받은 반면, 타이피스트는 쓸모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브린욜프슨 교수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불평등이나 다른 중요한 경제적인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선택권이 있으며 AI 시스템(그리고 공공 정책)을 올바르게 설계하면 AI가 더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브린욜프슨 교수는 "AI가 인터넷보다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