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끝에서 바라본 빛은 다르다.
알래스카 해안 중간쯤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 노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무엇보다 빛이 정말 밝다고 느꼈다. 태양이 수평선에 걸쳐 있었고, 빛줄기는 가늘고 예리한 선이 되어 잿빛 하늘과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태양은 강렬하지만 무력하기도 한데, 이곳에서 빛은 불과 몇 시간밖에 존재하지 못한다. 바다와 하늘을 채운 카나리 노랑과 스모크 컬러. 마크 로스코가 여기 살았다면 화폭에 담았을 법한 색이다.
2024년 10월 25일, 오전 10시 40분이지만 빛 때문에 훨씬 더 이른 시간처럼 느껴진다. 노움(Nome)은 내가 미국에서 가본 어느 곳보다도 이국적이다. 영구동토층 위에서는 건축이 어려운 탓에 주택들이 기둥 위에 올려져 지어지고 있다.
노움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미국 해안경비대다.
해안경비대는 마약 밀매와 불법 조업을 단속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첩보 활동을 감시하며, 미국 해역을 지키는 미국 군 조직이다. 조난당한 선박이나 사람들을 구조하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며,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나는 해안경비대 커터함인 힐리(Healy)호에 올라타기 위해 이곳에 왔다. 힐리호는 약 1.5미터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이다. 해안경비대는 길이가 약 20미터 이상인 중대형 함선을 뜻하는 '커터'를 241척 운용하고 있으며, 그 중 쇄빙선은 단 두 척뿐이다.
미국에 쇄빙선이 이렇게 적다는 사실이 바로 내가 여기에 온 이유다.
쇄빙선은 북극 탐사와 보호에 필수적이다. 그리고 북극은 이제 지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지역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하기 훨씬 전부터 그런 움직임은 뚜렷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새로운 쇄빙선을 한 척도 건조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능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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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해운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미국은 자체적으로 이런 선박을 효율적으로 건조할 능력을 상실했다. 가장 최근의 건조 시도조차도 당초 계획보다 5년이 지연되었고 예산을 크게 초과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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