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89초 만에 추락" 주택가 덮쳤다…265명 사망한 비극[뉴스속오늘]

"이륙 89초 만에 추락" 주택가 덮쳤다…265명 사망한 비극[뉴스속오늘]

이은 기자
2025.11.12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1년 11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아메리칸 항공 587편이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260명과 지상에 있던 5명 등 265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이틀 뒤인 14일 소방관들이 추락 현장에서 증거물과 유해를 수습하고 있는 모습./AFPBBNews=뉴스1
2001년 11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아메리칸 항공 587편이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260명과 지상에 있던 5명 등 265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이틀 뒤인 14일 소방관들이 추락 현장에서 증거물과 유해를 수습하고 있는 모습./AFPBBNews=뉴스1

2001년 11월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아메리칸 항공 587편이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260명과 지상에 있던 5명 등 265명이 사망했다.

이날 587편은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라스 아메리카스 국제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이륙 직후 추락해 비행기에 타고 있던 260명 전원이 사망했다. 승객의 약 90%가 도미니카 출신이었다.

이는 맨해튼 세계무역센터를 노린 '9.11 테러' 이후 62일 만에 뉴욕에서 발생한 항공기 참사라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역시 테러리스트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테러 가능성으로 인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UN 본부 등 주요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뉴욕 뉴저지 항만청은 맨해튼과 뉴저지 사이의 모든 다리와 터널을 폐쇄했고, 뉴욕의 3대 공항인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라과디아 공항,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역시 하루 종일 폐쇄돼 뉴욕 전역의 교통이 마비됐다. 공군 전투기만이 영공을 순찰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륙 89초 만에 주택가로 추락…관제사 경고했지만 결국

이날 587편은 브라질 상파울루로 향하는 일본항공(JAL) 47편 이륙 후 활주로를 떠날 예정이었다.

기장은 미 공군 출신으로 전략 수송기를 조종한 경험이 있으며, 총 비행시간 8500시간에 달하는 '베테랑 조종사' 에드워드 스테이츠(당시 42세)였고, 이날 이륙은 총 비행시간 4403시간의 부기장 스텐 몰린(당시 34세)이 맡았다.

보잉 747-400기종의 47편은 큰 '후류'(Wake Turbulence·비행기가 지나가고 난 뒤 비행기 날개 끝부분에 생기는 강한 소용돌이)가 생길 수 있는 대형 항공기였고, 이에 관제사는 이륙 전 587편에 후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87편은 47편이 이륙한 지 1분 40초 만인 오전 9시14분29초 이륙했고, 상승 후 47편과 거의 동일한 궤적으로 좌 선회했다.

문제는 9시15분36초쯤, 587편이 47편이 지나가면서 생긴 후류에 휘말리면서 시작됐다. 587편은 고도 1700피트(약 518m)쯤에서 움직임이 불규칙하고 급격한 후류를 맞아 기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부기장은 방향타를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동시에 추력을 올려 후류에서 벗어나려 했다.

2001년 11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아메리칸 항공 587편이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260명과 지상에 있던 5명 등 265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이틀 뒤인 14일 소방관들이 추락 현장에서 증거물과 유해를 수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AFPBBNews=뉴스1
2001년 11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아메리칸 항공 587편이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260명과 지상에 있던 5명 등 265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이틀 뒤인 14일 소방관들이 추락 현장에서 증거물과 유해를 수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AFPBBNews=뉴스1

그러나 9시 15분 58초. 기체 꼬리 부분의 수직안정판이 떨어져 나갔고, 기체는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이륙 89초 만의 일이었다. 조종 능력을 상실한 587편은 공중에서 크게 회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퀸스 주택가에 추락했다.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블랙박스)는 엔진 고장으로 9시16분1초에 끊겼고, 조종석 음성 녹음기(CVR)는 9시16분14초 기체가 지면에 충돌하면서 멈췄다.

충돌 7초 전 부기장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냐? 조종이 안 된다"(What the hell are we into, we're stuck in it)라고 하자 기장이 "빠져나와, 빠져나와"(Get out of it, get out of it)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으로 녹음된 대화였다.

부기장의 조작 실수?…교육받은 그대로였다
2004년 10월 26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제출된 조사 보고서 속 2001년 11월 추락한 아메리칸 항공 587편의 수직안정판과 방향타 그림의 모습.NTSB의 조사 결과, 사고의 주요 원인은 후류를 만났을 당시 부기장이 기체를 안정시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방향타를 조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부기장의 이런 대응은 항공사 교육 프로그램 매뉴얼을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AFPBBNews=뉴스1
2004년 10월 26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제출된 조사 보고서 속 2001년 11월 추락한 아메리칸 항공 587편의 수직안정판과 방향타 그림의 모습.NTSB의 조사 결과, 사고의 주요 원인은 후류를 만났을 당시 부기장이 기체를 안정시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방향타를 조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부기장의 이런 대응은 항공사 교육 프로그램 매뉴얼을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AFPBBNews=뉴스1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 결과, 사고의 주요 원인은 후류를 만났을 당시 부기장이 기체를 안정시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방향타를 조작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587편 기종인 에어버스 A300의 방향타는 민감도가 높도록 설계돼 있었는데, 부기장이 5번이나 방향타를 과도하게 움직인 탓에 큰 힘이 가해지면서 수직안정판이 망가졌고, 이 때문에 기체가 제어력을 잃고 추락한 것이다.

NTSB는 당시 후류는 자동 항공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부기장이 방향타를 덜 움직였다면 항공기가 안정됐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당시 부기장의 대응은 돌발행동이 아닌, 아메리칸 항공의 조종사 교육 프로그램 매뉴얼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가벼운 후류에도 조종사들이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으로 대응하도록 가르치고 있었다.

이에 NTSB는 조종사의 방향타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제조사와 항공사 측에 개선을 요구했다.

이후 아메리칸 항공은 조종사 교육 프로그램을 수정했으며, 에어버스는 A300의 방향타가 민감하다는 것을 고지하고, 이를 비행기 조종이나 시뮬레이션 시 반영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9.11 테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2개월 만에 참변
2003년 11월 12일. 아메리칸 항공 조종사들이 미국 뉴욕주 벨 하버 퀸스 인근에서 열린 '아메리칸 항공 587편 추락 사고' 2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의 벽'을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03년 11월 12일. 아메리칸 항공 조종사들이 미국 뉴욕주 벨 하버 퀸스 인근에서 열린 '아메리칸 항공 587편 추락 사고' 2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의 벽'을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뉴욕 벨 하버 인근 로카웨이 공원에는 추락 사고 희생자 265명을 기리는 '587편 추모 공원'이 마련됐다.

희생자 중에는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에서 탈출하며 살아남은 여성도 있었다. 그는 어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테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매년 11월 12일 이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열린다. 추락 시간으로 추정되는 오전 9시16분에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이곳에는 설치된 '추모의 벽'은 많은 희생자의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 방향, 대서양을 향해 기울어진 형태로 설계됐다. 기념비 위에는 도미니카 공화국 시인 페드로 미르의 시 한 구절인 '그 후로는 평화만을 바랄 뿐입니다'라는 문구가 스페인어와 영어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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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기자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연예 분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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