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 사흘간 협상에도 '평화안' 합의 실패…
젤렌스키, 미 대표단과 통화 후 협상 난항 시사,
트럼프 "젤렌스키 우리 제안 안 읽었다" 비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가 다시 사라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대표단과의 대화가 쉽지 않다며 협상 난항을 시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에 적극 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의 종전 협상 이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종전 기대를 키운 바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종전안 협상 관련 "미국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의 기본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 미국 측과의 대화는 건설적이었지만, 쉽지는 않았다"며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다음 단계와 형식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통화 이후이자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 정상들과의 회동을 앞두고 나온 발언으로,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종전 조건과 관련 미국과의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영국 런던에서 유럽 정상들과 만나 종전안 관련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케네디 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전 협상의 다음 단계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계속 소통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몇 시간 전까지도 '제안'을 읽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 실망스럽다"고 답했다. 이는 플로리다 회담에서 특별한 성과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에서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안'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추가 협상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제안'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최신 평화안'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처음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은 당초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미국은 여러 차례 평화안을 수정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 전달된 최신 평화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부 측은 지난달 30일 회담 이후 줄곧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평화안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전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며 "(평화안 합의에) 정말 가까워졌다. 거의 다 왔다"고 주장했다. 다만 CNBC는 최근 종전 협상은 켈로그 특사가 아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미국의 평화안에 "괜찮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추가 수정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평화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정책보좌관은 7일 미국의 평화안에 대해 "심각하고 급진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독자들의 PICK!
러시아는 종전 협상 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돈바스 주요 지역에 대한 점령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황 추적 사이트인 딥스테이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1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약 518㎢로 전월의 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협상 중재에 강한 경계감을 보인다. 독일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일 유럽 정상들과의 비공개 통화에서 "미국이 명확한 안전보장 없이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인 큰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앞으로 며칠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며 "그들(미국)이 우리 모두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