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기술주에서 중소형주 랠리로 확장, 투심 지지
美 인플레·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위험요인

글로벌 자산운용사 10곳 중 8곳꼴로 내년 증시를 AI(인공지능)가 주도하는 강세장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거품이라기엔 기술기업들의 실적이 강력하게 뒷받침해주는 데다 AI 자체적 혁신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산업의 혁신을 가속할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스닥에선 대형주가 주춤한 사이 중소형주가 반등하며 투자심리가 살아나자 AI 거품에 대한 월가의 불안이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열기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업들의 실적전망은 생각보다 견조하다"며 우호적인 증시 분위기를 전했다. 노던트러스트자산운용의 안위티 바후구나 공동 CIO(최고투자책임자)는 "기술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다른 기업들을 크게 앞선다"며 "기술기업들이 이렇게 강력한 실적을 달성하는 상황에서 (AI 랠리를) 거품이라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이달 초에 공개한 '2026년 전망보고서'를 통해 "AI 구축업체들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부채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선제적인 투자는 최종수익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AI 투자와 같은 자본집약적 성장세는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노동시장이 냉각되는 상황에서도 성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AI가 그 자체로 혁신일 뿐만 아니라 다른 혁신을 가속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형 기술주 중심에서 중소형주 랠리로 확장되는 흐름도 투자심리를 지지한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와 S&P500 동일 가중지수가 최고치 부근까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 베어드의 마이클 안토넬리 전략가는 "초대형 기술주들이 헤드라인과 투자 흐름을 장악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도 충분히 실적을 잘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아시아 등에서 나타난 막대한 정부지출이 강력한 성장전망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웰링턴운용의 앤드루 하이스켈 주식전략가는 "최근 일본, 대만, 한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시가총액 전반에 걸쳐 이익 모멘텀이 의미 있게 확장되고 있다"며 "2026년에는 유럽 및 다양한 신흥국에서 이익성장 회복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알렉산드라 윌슨-엘리존도 공동 CIO는 신흥시장에서도 인도에 특히 주목한다. 그는 "우리는 인도가 내년에 한국처럼 재평가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며 "이는 인도가 단기전략적 비중이 아니라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핵심전략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무역정책은 내년 증시에서도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아문디SA의 아멜리 드랑뷰르 선임 멀티애셋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에서 물가상승이 다시 시작되면 주식과 채권 모두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