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외체류시 승진제한·관리 강화

중국이 해외에 가족이 있는 관료에 대한 규제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관료들의 정치적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해외 가족을 통한 자본 유출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보다 근본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대적 반부패 단속을 통한 공직자 기강잡기의 연장선상이란 게 중화권 언론 시각이다. 군 2인자였던 장유샤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숙청을 전후로 관련 인사의 해외 도피와 정보 유출을 단속하기 위한 시도와 무관치 않단 해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중국이 광범위한 반부패 운동의 일환으로 해외에 가족을 둔 관료들의 규제를 지난 1년간 강화해온 것으로 파악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중국에선 가족이 해외에 거주하는 관료를 라관(裸官)으로 부른다. 벌거벗은 관료라는 뜻이다. 그동안 규제 대상은 배우자와 자녀를 모두 해외에 보내놓고 본인만 중국에 거주하는 관료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자녀만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이른바 '준 나체 관료'로 규제 대상에 포함해 조사를 강화하기 시작했단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공산당 내부 소식통은 SCMP를 통해 "이들은 '준(準) 나체 관료'로 통하며 이들 역시 관련 정보를 상부에 제때 보고해야 한다"며 "민감한 핵심 직책에 있는 관료들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상반기 당 인사 총괄기구인 중앙조직부가 전국 단위 조사를 실시해 간부들의 해외 가족 상황을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규제 강화로 일부 고위 관료는 승진 기회를 잃거나 직위에서 해제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SCMP는 최근 한 대형 국유 보험사의 고위 임원이 자녀가 미국에 거주하며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해임됐으며 중앙부처 산하 연구기관 소장도 아들의 미국 영주권 보유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다고 전했다. 중국 정치 체계에서 고위직 해임은 사실상 정치 생명의 끝이다.
중국이 '나체 관료' 단속을 강화한 것은 시 주석이 10년 넘게 추진해온 부패 단속 기조와 무관치 않다고 SCMP는 분석했다. 시 주석 집권 초기였던 2014년 중앙조직부는 '배우자가 해외로 이주한 국가 공직자 관리 강화' 문건을 배포했는데 중앙 언론은 이 사실을 '나체 관료에 대해 직위 제한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이를 계기로 고위층이 대거 낙마했고 해외 도피자 추적도 진행됐는데 이제 단속 범위가 '준 나체 관료'까지 확장된 셈이다.
중국 지도부는 특히 해외 거주중인 가족이 부패 관료의 자금 이전 통로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 내부인사는 SCMP를 통해 "관료가 돈을 받으면 그 돈은 어디론가 이전돼야 부패행위가 완성된다"며 "그 돈이나 관련 인물이 해외로 이동하면 부패 사슬의 고리가 되는데 이 부분을 더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올해 초 장유샤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낙마로 정점으로 치달은 군 반부패 수사와 무관치 않단 해석도 나온다. 장 전 부주석의 숙청에 앞서 지난해 10월엔 군 서열 3위였던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5위 먀오화 전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 등 부패 혐의가 있는 군 고위직 9명의 당적과 군적이 박탈됐다.
이에 군부 부패 연루자들의 해외 도피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정치사에서 대규모 숙청 후엔 항상 가족들의 해외 체류나 해외 계좌 존재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중국 지방정부의 한 징계 담당 관료는 SCMP를 통해 "부패 사건에 연루된 관료들은 이전에 가족의 해외 거주 여부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SCMP는 지난 10년간 중국이 공무원, 국유기업 임원, 정부 계약직, 병원 종사자 등으로 해외 여행 제한을 확대해왔으며 일부 지방정부에선 지난해 관료들의 여권 제출을 의무화하고 퇴직 후에도 수년간 해외 출국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