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 '데이터센터 붐을 장기적인 지역 번영으로 전환하는 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붐을 활용해 지역경제 발전 모델 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의 일방적 유치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 기술 허브를 구축하는 전략적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동 보고서 '데이터센터 붐을 장기적인 지역 번영으로 전환하는 법(Turning the data center boom into long-term, local prosperity)' 을 통해 현재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개발 모델의 한계를 분석하고 지역 경제의 실질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 방법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유치의 핵심 명분인 고용 창출 효과가 건설 단계에만 편중되어 있음을 경고한다.
보고서는 미국 상공회의소 기술참여센터의 2017년 데이터를 인용해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기여도는 건설 단계 이후 급격히 감소한다"고 짚었다.

또 지난해 11월 마이클 J. 힉스(Michael J. Hicks)가 발표한 경제 분석도 곁들여 '투입-산출 모델 추정치'를 제시하고, 장기 운영 고용이 건설 단계의 일자리 창출에 비해 적음을 보여준다. 수조 원 단위의 설비 투자가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완공 후 실제 상주하며 운영을 담당하는 인력은 건설 인력 대비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지방 정부는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공포(포모, FOMO)에 매몰돼 세제 혜택과 전력망 우선권을 저가에 넘기는 이른바 '구매자 우위 시장'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AI 모델 훈련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자 협상 주도권이 토지소유권과 인허가권을 가진 지역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신속한 인허가를 대가로 지역 연구소 구축, 교육 확대 등 고부가 가치 기술 활동을 약속해야 하는 처지다.
대표적으로 2025년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제시한 '미국의 AI' 청사진에서 'AI 경제구역' 창설이다. 주 정부의 신속한 인허가 처리 대가로 지역 'AI 연구소' 구축과 공립대학 컴퓨팅 자원 제공, 지역 기반 AI 인력 교육 확대를 약속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립연구소 부지 내 데이터센터 개발을 가속화하되, 지역 기관들이 해당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컴퓨팅 자원은 국립연구소 연구팀에 환원·공유하는 민관 파트너십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이 같은 협력 대상 부지로 전국 16곳을 지정했다.
보고서는 데이터 센터를 지역 경제에 고착화(Anchoring)하기 위한 세 가지 구체적인 전략을 제언한다.
먼저 지역 사회 지분 기금(Community Equity Endowment) 모델이다. 알래스카 주립영구기금과 노스다코타 주립영구기금처럼 자원 수익을 시민과 공유하는 모델을 데이터센터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이다. 부동산 거래를 넘어 지역 사회가 프로젝트의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를 뜻한다. 프로젝트의 지분 일부를 지역 사회가 지정한 독립 기금(CEE)에 출연하고, 배당을 통해 주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거나 지 베이비 본드 (Baby bonds·아동자산적립제도) 등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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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공동 혁신 거점(Co-Innovation Hub) 구축이다. 폐쇄적인 데이터센터 공간 일부를 대학 연구진이나 스타트업을 위한 R&D 거점으로 개방하는 전략이다.매사추세츠주는 '매사추세츠 선도법(Mass Leads Act)'을 통해 1억 달러를 투입, 보스턴대·하버드대·MIT 등 6개 대학이 참여하는 실증거점(Testbed)데이터센터를 홀리요크에 구축했다.이는 지역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기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동력이 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신산업 클러스터링이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에너지 혁신의 마중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원자력·지열 등 신에너지 기술과 전력망 안정화 플랫폼을 시범 도입하기 위한 선도적 R&D 및 파트너십 전략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네바다주에서 지열 에너지 스타트업 퍼보 에너지(Fervo Energy)와 협력해 3.5메가와트 규모의 지열 전력을 생산, 라스베이거스·리노 인근 데이터센터 2곳에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최초의 청정전환요금제(Clean Transition Tariff)가 적용되면서 네바다주는 에너지 혁신의 실증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공적인 전환 사례로 위스콘신주가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병행해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 'AI 공동혁신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역 기업들의 AI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뉴저지 역시 AI 기업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대가로 주 내 기술 생태계에 동등한 규모의 투자를 요구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이에 코어위브(CoreWeave)는 18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면서 프린스턴 대학교 등과 협력해 '뉴저지 AI 허브'를 만들고, 스타트업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기존의 일방적 협상 구조가 지역과 이익을 나누는 새로운 모델로 전환될 조짐이 있다고 진단한다. 지역사회가 보유한 토지·인허가권·인프라·수자원·전력은 무한한 자산이며, 이를 내어주는 대가로 진정한 고부가가치 경제 발전을 보장하는 대타협(grand bargain)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이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AI가 지역 번영의 '승수 효과'를 낼 것이라는 약속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지자체와 주 정부도 이에 걸맞은 실질적 요구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