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동맹도 예외없다, 오직 국익뿐"…각자도생 시대, 韓 생존해법은?

[대담]"동맹도 예외없다, 오직 국익뿐"…각자도생 시대, 韓 생존해법은?

대담=김경환, 정리=박광범, 김온유, 정현수 기자
2026.02.22 07:10

머니투데이-재정경제부 재경관 좌담회

주요국의 재정경제금융관(재경관)들이 2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고상현(EU), 최영전(워싱턴), 배정훈(베이징), 장윤정(OECD), 고성우(일본) 재경관/사진=김창현
주요국의 재정경제금융관(재경관)들이 2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고상현(EU), 최영전(워싱턴), 배정훈(베이징), 장윤정(OECD), 고성우(일본) 재경관/사진=김창현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 보니 결국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 등 조치들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기술 자립뿐 아니라 관세 부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 내부 준비가 상당히 돼있어 자신감을 갖고 여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머니투데이-재정경제부 재경관 좌담회'에서 미국·일본·중국·EU(유럽연합)에 나가 있는 재정경제금융관(이하 재경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달라진 통상정책의 영향 및 각국 대응과 관련해 전한 현지 분위기다.

글로벌 경제에서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진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여기에는 환율 조작이나 각종 비관세 조치 등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고율 관세를 통해 뒤틀린 무역 환경을 바로 잡고 해외 자본을 미국으로 끌어들여 글로벌 패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로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계산이 크게 틀어지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 1750억달러(약 253조원)의 관세를 토해내야 할 가능성이 생겼다. 연방정부 예산의 약 14%를 국채이자 지출에 쓸 정도로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한 미국으로선 예상치 못한 관세 환급 부담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다른 나라들 입장에선 트럼프발(發) 관세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글로벌 관세 부과를 발표했고 추후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을 추가 활용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중국은 기술 자립과 공급망 재편, 수출 시장 다변화라는 방패를 앞세워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피할 수 없는 상수로 받아들인 일본은 빠른 협상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실용 노선을 택했다. 생산성 저하 등으로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는 유럽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주요 거점에 파견된 재경관 5인으로부터 보호무역이 일상이 된 시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격동의 시기를 헤쳐 나갈 해법을 들어봤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전세계적 격변의 시기다. 현지에서 체감한 변화는.
최영전 주미국대사관 재경관/사진=김창현 기자 chmt@
최영전 주미국대사관 재경관/사진=김창현 기자 chmt@

▲최영전 주미국대사관 재경관=지난해는 통상에 있어 급변하는 시기였다. 작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로즈가든에서 '미국 해방의 날'을 선포한 이후 시간이 전쟁 같이 지나갔다. 세계 각국의 대표단이 통상협약 때문에 앞다퉈서 미국을 방문했다. 모든 나라가 국익우선에만 몰두하면서 어떻게 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지 움직였다. 트펌프 1기 때와 달리 중국뿐 아니라 주요 무역 적자국 전체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 특징이다. 통계지표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2% 후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관세 부과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감당할 수 있는 생활비) 이슈가 떠올랐다.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재경관=중국이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상당히 준비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술자립뿐 아니라 관세부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또 희토류가 통상 협상 카드로 먹히는 게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을 갖고 여유있게 대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존 다자무역질서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중국의 경우 통상질서 변화 속에서도 수출이 나쁘지 않았다. 관세 충격에도 지난해 11월까지 이미 1조달러 무역흑자를 넘어섰다. 제조업 강국으로서 자신감을 바탕으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고상현 주벨기에EU대사관 재경관=EU는 의사결정 구조상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를 해야 해 의사결정 과정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위기라고 생각했는지 EU가 엄청 빨리 움직였다. 특히 EU에선 한국과 일본의 대응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고성우 주일본대사관 재경관=일본은 대외적인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단결해 조속히 관세협상을 타결하는 데 집중했다. 관세 영향이 큰 자동차 업계가 관세 만큼 자기 이익을 낮춰 영향을 최소화했다. 통상질서 변화에 대해 일본은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빠른 해결에 중점을 뒀던 것으로 보인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선 이왕이면 최대한 실익을 거두잔 전략이다.

미국의 패권이 약해진 동시에 중국이 부상하면서 국제 통상 갈등도 격화한 것 같은데.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재경관/사진=김창현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재경관/사진=김창현

▲최영전 주미국대사관 재경관=미국의 GDP(국내총생산)만 봐도 전세계 25% 수준까지 줄었다. 반면 중국은 17~18%까지 올라왔다.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보니 결국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는 게 미국의 최우선순위가 됐다. 그때 눈에 띈 게 무역적자다. 그래서 전세계 무역적자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국가부채를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결국 국채이자로 계속 상환해야 한다. 미국 연방정부 세출예산이 7조달러 정도인데 그중 1조달러를 국채 이자 갚는 데만 쓴다.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재경관=1980년대 일본이 미국 패권에 도전할 때 1인당 GDP 수준이 미국의 60~70% 수준에 올라왔었다. 기본적으로 중국이란 나라가 가진 인프라가 커 그때보다 미국에 위협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중국은 모든 정책에 있어 미중간 전략경쟁을 상수로 보고 있다. 그간 중국은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출구조 다변화를 추진했다. 작년 관세충격에도 중국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국제기구들의 평가다.

미국 내부에서 평가하는 관세 정책은 어떤지.

▲최영전 주미국대사관 재경관=다양한 시각과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소비자나 경제학자, 기업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 물가상승과 공급망 문제, 잠재성장률 하락 등 좋은 영향은 없을 거란 평가다.

반대로 관세를 전략산업 보호와 외국 투자 유치를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서 적절한 것 아니냔 시각이다. 그동안 환율이나 비관세조치 등 불공정한 대우를 미국이 받았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보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통상질서 변화는.
장윤정 주OECD대표부 공사 /사진=김창현
장윤정 주OECD대표부 공사 /사진=김창현

▲장윤정 주OECD대표부 공사=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이 OECD에 경제분석과 정책 분야에 집중하라는 주장을 수차례 반복했다. 보통 기후대응·지속가능 성장·포용의제 등 아젠다를 폭넓게 논의해왔는데, 미국의 영향으로 폭넓은 의제에 대한 동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보면 OECD는 자유무역을 지향한다는 기본원칙은 확고히 가지고 있다. 관세 부과에 대해 빨리 결정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고 협상이 지연돼 경기 하향 전망이 이어지는 걸 우려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대두되는 시기 우리 정부 대응 방향은.
고상현 주벨기에EU대사관 재경관/사진=김창현
고상현 주벨기에EU대사관 재경관/사진=김창현

▲최영전 주미국대사관 재경관=국제관계는 힘의 논리로 간다. 미국은 우리에게 큰 시장을 제공한다. 미국은 큰 시장에서 장사하고 싶으면 입장료를 내라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보호무역이 상시화될 것이고 결국 이익이 돼야 통상이 가능한 시대로 가고있다. 미중 간 패권 전쟁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들은 우리가 가진 장점으로 제조업을 꼽는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하면 우리에게 위기요인이면서 기회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마스가(MASGA)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재경관=우리 경제 발전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다.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줄을 선다는 개념보단 관계를 관리하는 개념으로 가야한다.

여러 부분에서 중국의 기술이 올라오며 경쟁할 부분이 많아졌는데 단순히 과거 30년 전처럼 수직적 관계로 중국을 상품 파는 시장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국익중심 차원에서 틈새를 노려야 한다. 중국보다 우리가 우위에 있는 기술이나 제품 등을 고민해 중국 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동시에 중국이 강점을 가진 부분에선 우리가 '중국이라는 말에 올라타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에 한국 회사가 부품을 공급하는 식이다.

▲고상현 주벨기에EU대사관 재경관=지금 유럽에게 중요한 건 안보 이슈다. 유럽이 재정준칙을 도입했지만 국방비 지출에 대해선 재정준칙에서 빼주겠다고 하고 있다. 국방비만큼은 자유롭게 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산 경쟁력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국방비 증액은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된다. 또 유럽은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어 그 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빈 워시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영향은.
고성우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사진=김창현
고성우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사진=김창현

▲최영전 주미국대사관 재경관=시장에선 과거 발언들을 토대로 케빈 워시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를 매파 혹은 비둘기파, 또는 매둘기(매파+비둘기파) 등 다양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케빈 워시는 관세가 AI(인공지능)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언했다. 연준의 물가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금리 인하 지지발언도 했다. 여기에 방점을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재경관=전반적으로 위안화는 강세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역외 상관관계가 조금씩 약화되는 거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달러가 강세여도 위안화가 강세일 수 있단 의미다. 중국이 환율 변동 민감도가 낮은 품목들의 수출 비중을 늘린 것이 주효했단 평가가 나온다. 중국 물가가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태라 위안화가 평가절상 되더라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한다. 다만 위안화가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인 만큼 평가절상되더라도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관리할 정도는 아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집권 이후 한일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고성우 주일본대사관 재경관=일본은 최근 중국 관련 발언으로 중국이란 거대한 전선이 생겼다. 특별한 계기 없인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단 얘기다.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판 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외국인 투자 강화한다고 하는데,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도 있다. 경제협력을 강화할 기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경환 기자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광범 기자

.

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