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핵탄두 수를 늘리겠다며 핵전력 증강 의지를 밝혔다. 유럽 동맹국으로 핵우산을 확대할 뜻도 시사했다.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책임져주지 않을 거란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의 자강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브르타뉴 지역 일롱그 해군기지에서 연설을 통해 "프랑스는 핵전력을 억지가 가능한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엄격한 충분성' 전략을 따르고 있다"면서도 "핵탄두 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무기고를 강화하는 건 필수적"이면서 "자유롭기 위해선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전략적 모호성의 원칙에 따라 핵탄두 보유량 공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의 핵탄두 확대 방침은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프랑스는 1990년대 초반 핵탄두를 약 540기까지 늘린 뒤 이후 서서히 줄여왔다. 현재는 약 290기로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으로 핵우산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독일·영국·네덜란드·폴란드·덴마크·스웨덴·벨기에·그리스와 핵전쟁 공동 훈련을 실시하고, 동맹국들에 핵탄두를 장착한 전투기를 일시 배치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 판단 권한은 여전히 프랑스 대통령의 전권 사항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성명을 통해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위한 '고위급 핵 협력 운영 그룹'을 설치했다며 올해부터 구체적인 협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선 프랑스와 영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차원에서 핵 제공자는 사실상 미국이었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대서양 동맹 안보 체제의 핵심 축이었다. 프랑스의 핵전력 증강과 핵우산 확대가 유럽 안보 전략의 중대한 변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전통적 동맹국들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유럽에선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유럽 자강론의 대표주자인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프랑스 핵 억지의 적용 대상을 유럽 동맹국으로 확대하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핵우산 확대가 나토의 핵전략에 추가되는 조치일 뿐 미국의 핵 억지력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