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미안해"...회색 다람쥐, 전자담배 입에 물고 '오물오물'

"인간이 미안해"...회색 다람쥐, 전자담배 입에 물고 '오물오물'

김소영 기자
2026.03.25 13:44

영국 런던 한 공원에서 다람쥐가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런던 남부 브릭스턴 지역 한 공원에서 회색 다람쥐가 나무 울타리 위에 앉아 전자담배를 만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다람쥐는 두 앞발로 전자담배를 붙잡은 채 흡입구 부분을 이빨로 갉아 먹고 있다.

이를 두고 야생동물 전문가 뱅거대학교 크레이그 셔틀워스 박사는 다람쥐가 전자담배 과일 향에 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람쥐가 버려진 담배 꽁초를 물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과일 향이 나는 전자 담배를 먹이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셔틀워스 박사는 다람쥐가 전자 담배 기기를 갉아 먹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고, 기기 내부에 남아 있는 니코틴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연에선 니코틴을 접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영국 동물보호단체 RSPCA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버려진 쓰레기가 야생동물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RSPCA에 따르면 과거 웨일스에선 전자 담배를 먹이로 착각한 다람쥐가 땅에 묻으려는 모습이 포착됐고, 뉴질랜드에선 전자 담배 기기를 삼킨 새가 죽는 일도 있었다.

전자담배 위험성은 비단 야생동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반려동물의 경우 주인의 액상 니코틴을 섭취해 중독이나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영국에선 2017년 이후 전자담배로 인한 반려동물 사고가 680건 접수됐으며 이 중 96%가 반려견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 담배를 피우는 인간에게도 심혈관 질환과 폐 손상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청소년의 전자 담배 사용 증가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재활용협회에 따르면 영국에선 매주 수백만 개 일회용 전자 담배가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지난해 6월 일회용 전자 담배 판매·공급을 전면 금지했지만 제조업체들은 일회용 전자 담배에 USB 슬롯과 보조 카트리지 등을 추가해 사실상 충전·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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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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