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中 로봇산업

중국 로봇산업이 지역별로 다른 형태로 발달하고 있다. 선전은 '실험', 상하이는 '양산', 항저우는 '상업화', 쓰촨·지린 등은 '산업 맞춤형 적용'에 집중하는 식이다.
선전에서는 이른바 '오전 설계, 점심 가공, 오후 시제품'이란 빠른 개발 리듬이 강조된다. 기술이 완성된 뒤 로봇 시제품이 출시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출시하고 제품에 대한 반응을 본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곧바로 시제품으로 구현하고, 실제 시장에서 테스트한 뒤 다시 개선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속도 기반 실험 구조'는 공간 혁신을 통해 가능했다. '수직공장(工业上楼)' 모델로 대표되는 홍화릉기지(红花岭基地)에서는 연구개발, 테스트, 생산 기능이 하나의 건물 안에 통합돼 있다. 그 결과 개발에서 검증까지의 시간이 크게 단축되며, 기술은 현장에서 곧바로 실험되고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남방일보(南方日报)에 따르면 위에장커기(越疆科技)는 홍화릉기지 입주 이후 개발과 생산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면서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도면을 외부 공장에 보내 가공하고 시제품을 받기까지 2주 이상 걸렸지만 현재는 그 기간이 일주일 이내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도 이어진다. 즈핑팡(智平方)의 '아이바오(爱宝)' 로봇과 위에장커기의 'Atom' 로봇은 커피숍과 영화관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며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테스트된다.
유통 방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전의 '전면 상점-후면 공장(前店后厂)' 모델이 적용된 로봇 '6S 매장'은 판매하기 전에 직접 체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기업과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실험에 참여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피드백이 다시 제품 개선으로 이어진다.

중국 상하이의 로봇 기업들은 연간 수천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상하이는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하이에 위치한 즈위안로봇(智元)과 푸리에(傅利叶)는 2025년 말 기준 각각 수천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했다. 타이후(钛虎), 카이플러(开普勒), 주오이더(卓益德) 등 기업도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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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가 '양산 도시'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기술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공급망 집적이라는 세 축이 맞물려 있다. 우선 기술 측면에서 상하이는 '눈(센서)·뇌(AI 모델)·몸(로봇)' 연구가 활발한 지역이다. 실제로 상하이에 위치한 마이링보(蚂蚁灵波)는 최근 피지컬AI 모델인 'LingBot-VA'를 발표했다.
공급망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상하이에서는 감속기, 모터, 센서 등 로봇 핵심 부품을 장강 삼각주 150km 반경 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 해당 지역에는 부품, 소프트웨어, 완성품 기업이 밀집해 있다. 이여우커지(意优科技), 뤼디시에보(绿的谐波), 천쥐에로보틱스(千觉机器人), 즈위안과 푸리에 등이 이 지역의 대표적인 로봇 기업이다.
AI 개발에 가장 중요한 데이터 측면에서 양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양'이 확보될 때 비로소 '지능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항저우는 기술 개발 그 자체보다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항저우에 위치한 청톈커지(程天科技)의 '유행 외골격 로봇(悠行外骨骼机器人)'은 동사무소 재활 서비스에 적용돼 수익 창출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기술이 서비스로 제공되고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지 살피는 것이다.
항저우시는 산업 전반의 상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200개 시범 현장을 개방하고 기술과 시장 수요를 연결하는 '현장 혁신 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400여 개 수요 기업과 300여 개 시범 현장 기업이 매칭되어 기술 검증과 사업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유니트리 로보틱스(宇树科技), 딥로보틱스(云深处科技), 우바쯔능(五八智能) 등은 항저우에서 초기 프로토타입을 실사용 환경에 투입하고 있다. 수익을 내는 동시에 운영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조다.
중국 쓰촨과 지린 지역에서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특정 산업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산림 관리, 광산 작업, 농업 자동화, 혹한 환경 대응 등에 사용되는 로봇이 주요 연구·개발 대상이다.
쓰촨 지역의 기업들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비교적 초기 단계부터 기반을 다져왔다. 2012년 설립된 카노프로봇(卡诺普机器人)은 10년 이상의 운동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70여 종의 로봇 제품을 개발했다. 해당 로봇들은 자동차 부품, 3C 전자, 신재생에너지, 장비 제조 등 산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범용 휴머노이드보다는 '현장 맞춤형 제품' 개발 전략을 채택해 고온·강광·고먼지 등 복잡한 산업 환경에서 안정성과 적응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린 지역은 완비된 자동차, 궤도 차량 산업 등 탄탄한 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피지컬 AI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바이오닉 로봇 혁신센터는 같은 해 12월 휴머노이드 로봇 'E-Bot'을 공개했다. E-Bot은 안내·해설, 문화 공연,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맞춤형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했다. 현재 센터는 장시간 운용과 고하중 작업이 가능한 중량형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 중이다. 해당 로봇은 산림 순찰, 산불 방지, 농업 작업, 빙설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천옌청(陈彦丞) 중국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고신기술사(高新技术司) 부사장은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래 산업 혁신 발전 포럼'에서 "지역별 여건에 맞춘 차별화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기술 성숙도에 따른 단계적 배치를 통해 기술 예측 체계를 정비하고 각 지역이 자원과 강점을 기반으로 주도 분야를 명확히 설정해 미래 산업 선도구 조성을 질서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