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안화가 5년 내 기축통화에 준하는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전망했다. 로고프 교수는 2001~2003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다. 달러 패권 약화와 각국의 탈달러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위안화와 유로화를 포함한 다극화된 통화 체제가 자리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로고프 교수는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명확하게 위안화를 글로벌 기축통화급 통화로 만들라고 언급한 것은 매우 중요한 기점"이라며 "그동안 중국 최고지도부는 위안화를 달러로부터 보다 독립적으로 만들려는데 소극적이었지만 이제 시 주석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실행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고프 교수가 언급한 시 주석의 발언은 지난달 시 주석의 중요 이론과 연설 발췌문이 가장 먼저 정제된 형태로 실리는 공산당 정책이론지 '치우스(求是)'를 통해 전해졌다. 시 주석은 2024년 1월 16일 주요 지도간부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금융 강국 건설의 핵심 요소로 '국제 무역·투자 및 외환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며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지닌 강력한 통화'를 제시하며 "중국은 이미 금융 대국으로 은행 자산 규모와 외환보유액은 세계 1위, 채권시장·주식시장 규모는 세계 2위, 보험 규모 역시 세계 상위권"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화 위상에 대한 시 주석의 명확한 언급이 사실상 처음 전해진 사례다.
로고프 교수는 "이 과정은 향후 5년 내에 일어날 것"이라며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만 핵심은 중국이 국채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고, 선도시장, 금리스왑 등 일정 수준의 금융시장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모든 시장을 개방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미국도 1940~70년대까지 외국인 투자에 많은 제한을 뒀지만 여전히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는게 근거다.
로고프 교수는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 확대를 위안화 위상 강화의 첫 단계로 지목했다. 다만 완전 자유 변동형 환율 대신 캐나다 방식에 가까운 '관리 변동환율'이면 충분하다는게 그의 시각이다. 외환 거래 시스템 구축도 핵심 요건으로 언급됐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더 낮은 비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
로고프 교수는 "2010년에는 거의 없던 위안화 무역 결제가 현재는 중국 무역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지배 통화의 교체는 수십년이 걸리는 과정이며 종종 전쟁 이후 일어나지만 위안화가 더 중요한 국제 통화가 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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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교수는 중국 외에 유럽 역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미국 중심이란 점에 불만을 가져왔단 점도 다극화된 글로벌 통화 체제가 나타날 근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 관세 갈등과 지정학적 문제를 계기로 유럽은 금융 자립 필요성을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됐다"며 "중국과 유럽은 자체 금융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올려 결국 다극화된 통화 체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다극화 통화 체제에서도 달러는 여전히 최상위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