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우라늄 농축·호르무즈 이견, 합의 불발 이어져…
"20년 우라늄 농축 중단" vs "사실상 강제 무장해제 요구",
"호르무즈 통행료 공동 징수" vs "이란 단독 통제권 보장해야"…
"회의장 밖까지 고성 들려…파키스탄 여러 번 회의 중단 시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사실상 합의 직전까지 도달하고도 최종 타결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은 주요 쟁점에서 상당 부분 접점을 찾았지만, 협상 막판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와 이란의 우라늄 농축 관련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노딜'(No Deal)을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 대해 "협상 중반에는 돌파구가 나올 거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은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 (협상 타결에) 80% 정도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즉각 해결할 수 없는 사항에 부딪혀 합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란 측 소식통은 "협상이 12일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다소 완화했고, 협상 하루 연장 가능성도 거론됐었다. 하지만 핵심 이견이 끝내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 결렬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이란의 핵 활동 중단 기간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 충돌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영구 중단' 대신 '20년 중단'이라는 우회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 보유 권리가 있다는 이란의 주장을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란의 핵 개발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 협상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장기적으로 결코 핵무기를 만들 수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는데, 그가 언급한 '장기적' 기준이 20년이라는 것이다 .
이란은 미국의 '20년 중단' 제안을 사실상 '강제 무장해제 요구'로 간주해 거부했다. 이어 '최장 5년 중단'을 역제안해 미국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고 한다. NYT는 "이란은 지난 2월 제네바 핵 협상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했었고 미국은 거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협상을 '실패'로 간주하고 전쟁을 결심했고, 며칠 뒤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 반출 문제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무기급에 근접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거나 판매하는 방식으로 국외 반출할 것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은 농축 우라늄의 자국 내 보관을 주장하며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없도록 우라늄 농도를 크게 희석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럴 경우 이란이 언제든 우라늄 재농축에 나설 수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도 팽팽하게 맞섰다. 이란은 경제 재건을 위해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독자적인 '통행료 징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국제 해상 질서에 대한 위협이자 불법적 이익 취득으로 규정하며 공동 관리를 주장했다. 협상에 참여한 마흐무드 나비비안 이란 국회의원은 SNS(소셜미디어) X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이익을 이란과 공동으로 나눌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독자들의 PICK!
앞서 이란에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이 결렬되자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고, 미 해군은 미 동부시간 이날 오전 10시(한국 13일 오후 11시)부터 호르무즈해협을 중심으로 한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시작했다.
미국은 해협 내 모든 선박이 아닌 '이란 항구'를 이용하는 선박이 제재 대상이라며 다른 선박은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 해군이 미 해군이 이란 해안과 가까운 좁은 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될 수 있어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우려가 거론된다.
한편 이란 협상단 측은 특히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할 때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로이터는 "평소 온건한 모습을 보였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어조가 강경하게 변했다"며 "파키스탄 측 중재자들이 여러 차례 강제 '티타임'을 선언해야 했을 정도로 협상 현장은 심각했다. 협상장 밖에서도 고성이 들릴 정도로 양측 갈등이 고조됐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