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필요없네" 유럽판매 50%↑·美도 관심…전쟁에 빛본 이 제품

"석유 필요없네" 유럽판매 50%↑·美도 관심…전쟁에 빛본 이 제품

윤세미 기자
2026.04.20 12:15

[머니&마켓] 유럽 전기차 판매 급증…3월 등록 50%↑
동남아 전기차 점유율 쑥…빈패스트 3월 판매 127%↑
미국, 중고 전기차 관심고조…고유가 지속 기간이 관건
"지난해 전기차 보급량, 하루 170만배럴 석유 절감 효과"

이란 전쟁으로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유럽에선 1분기 전기차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30% 급증했고 태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도 확산세가 뚜렷하다. 미국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전기차가 주목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여파는 이어질 수 있다며 전기차로의 구조적 전환이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테슬라 슈퍼차저 스테이션에서 테슬라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테슬라 슈퍼차저 스테이션에서 테슬라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유럽, 전기차 판매 급증…3월 등록 전년 대비 50%↑

올해 1분기 유럽 주요 시장에선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관련 리서치 업체들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분기 유럽연합(EU) 주요 15개국에서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56만대로 전년 대비 29.4% 증가했다. 3월에만 24만대가 등록돼 전년 대비 51.3% 급증했다.

이들 시장은 EU 전체 시장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의 94%를 차지한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인 영국에서도 1분기 신차 판매량의 약 22.5%가 전기차라는 집계가 나오기도 했다.

전기차 50만대는 연간 약 200만배럴의 석유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유럽 전기차산업협회인 '이모빌리티 유럽'의 크리스 헤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란 전쟁으로 석유 의존이 실질적인 리스크로 부각된 가운데 3월 전기차 판매량 급증은 유럽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동남아 전기차 점유율 쑥↑…빈패스트 3월 판매 127%↑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큰 아시아에서도 전기차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 하락과 세금 혜택 덕에 동남아시아 등 여러 신흥시장에서 이미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태국과 싱가포르에선 전기차 점유율이 약 50%에 달하고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선 30~40%를 차지한다.

나스닥에 상장된 베트남 전기차 회사 빈패스트는 3월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7% 급증한 2만76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베트남 신차 판매의 약 40%가 전기차였는데 올해엔 점유율 확대가 확실시된단 전언이다.

또 중국승용차시장신식연석회(CPCA)에 따르면 3월 중국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0% 급증한 34만9000대에 달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주로 수출된다.

딜로이트 아시아 태평양 지사의 윌 사이먼스 지속가능성 부문 책임자는 "아태 지역 모든 국가에서 석유와 가스는 수입 품목 1위 또는 2위를 차지한다"면서 "전기차를 수입하면 석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네팔, 태국, 베트남 등이 전기차 보급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고 전기차에 관심↑…고유가 지속 기간이 관건

미국에선 지난해 9월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끊기면서 전기차 열기가 식었으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전기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중고 전기차는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1달러를 넘어, 이란 전쟁 이전인 3달러 미만이던 것과 비교해 30% 가까이 뛰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가격 고공행진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기차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는 성명에서 "연료비는 차량 유지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다음 차량을 선택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다만 최근의 가격 급등이 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으로의 실질적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단순한 휘발유 가격 수준보다는 소비자들이 연료비 상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기차 보급량, 하루 170만배럴 석유 절감 효과"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는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보급으로 하루 약 170만배럴의 석유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이란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던 물량인 하루 약 240만배럴의 70% 수준이다.

엠버의 다안 발터 수석 연구원은 "1970년대 석유 파동 때와 달리 지금은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서 "전기차는 내연차와 비교해 점점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전기차는 미래의 충격을 미리 보호하려는 이들에게 상식적인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환경단체 교통과환경의 줄리아 폴리스카노바 차량 공급망 담당 수석 디렉터는 CNBC 인터뷰에서 "전기차가 교통 시스템을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게 할 구조적 해법이라는 점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도 매번 새삼스럽게 논의되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위기는 이전과 다를 수 있다. 과거에는 위기가 지나가면 비교적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석유와 가스 공급도 정상화됐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동 에너지 인프라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급이 정상화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윤세미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윤세미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