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 국민당(KMT) 당사 앞에서 시위대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정리윈 주석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설치한 펼침막에는 “중국판 한정 평화 프레임”이라고 적혀 있다. 2026.04.1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2211101187633_1.jpg)
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도움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만 싱크탱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정책에 대한 신뢰 논쟁이 격화된 가운데 국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싱크탱크 대만민주기금회의 최근 조사결과 응답자의 57%가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중국과의 충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군대를 파견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은 응답자 비중은 25%에도 못 미쳤다.
미군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55.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31.5%만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산 무기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지 않았다. 응답자 49%가 방어 능력에 신뢰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력 강화 관련, 응답자의 57.6%는 미국 무기 구매만으로는 대만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29.2%였다. 또 66%는 미국 생산 차질로 무기 공급이 지연될 경우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답했다. 반면 22.3%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SCMP는 이번 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정책에 대한 신뢰 논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나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거래 중심 외교 스타일과 대만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단 분석이다. 장춘카이 대만민주기금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일련의 분쟁이 대만인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러한 사건들은 미국 군사력, 중국군의 역량, 그리고 대만이 직면한 위험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선 양안 관계에 대한 인식도 보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단 점이 드러났다. "정치적 협상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항복인가"란 질문에 17.6%만이 동의했고 57.4%는 이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지혜"라고 평가했다. 약 절반이 중국과의 적극적인 협상을 통한 전쟁 회피를 선택했고 약 28%는 미국을 계속 신뢰해 무기 구매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는 통일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응답자의 57.4%는 '하나의 중국'을 받아들이고 통일 협상을 하는 것이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고 29%만이 이에 동의했다. 구이홍청 대만민주기금회 이사장은 "많은 응답자들이 통일 외에도 현상 유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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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야당인 국민당 웡샤오링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 관련, "대만 사회가 가치 대립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단 점을 보여줬다"며 "대중은 미국이 자국 이익에 따라 행동하며 반드시 대만을 보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있다"고 말했다. 저우양산 국립금문대 교수는 "최근 일련의 전쟁들과 국민당 지도부의 중국 방문이 양안 분위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베이징과 워싱턴에 결정을 맡기기보다 대만 국민 스스로 미래를 주도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