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정 H. 박 브뤼셀 자유대학교 외교·안보전략센터 석좌연구원,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북한은 어떻게 승리했는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사실을 4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1217120542124_1.jpg)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적 고립의 상징에서 중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략적 행위자로 부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 H. 박 브뤼셀 자유대학교 외교∙안보전략센터 석좌연구원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북한은 어떻게 승리했는가(How North Korea Won)'에서 "오늘날 북한은 중국∙러시아의 환영을 받는 국가로 부상했고 김 위원장은 국제적 왕따에서 지정학적 플레이어로 변신했다"며 "핵무기 개발,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이 맞물리면서 북한의 위상과 영향력은 한반도를 넘어 국제질서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지난 2011년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할 당시 젊고 경험이 부족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 주요 관리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그가 군부 원로들에게 밀려나거나 허수아비 지도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과감한 숙청과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 엘리트를 장악했고, 동시에 핵 능력과 미사일 개발을 대폭 강화했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0여 차례에 걸쳐 미사일 시험을 했는데 이는 앞선 김일성과 김정일 위원장 시기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은 북핵 위기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분석했다. 당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고, 미국 내에선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긴장 완화의 계기를 만들었고, 이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외교 국면을 열었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은 위기와 대화 사이를 오가며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조절하는 능력을 대내외에 확인시켰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어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북한은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에 직면했다. 김 위원장은 일부 핵시설 폐쇄를 조건으로 유엔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 경제는 가뭄과 태풍,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더욱 취약해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러한 위기를 권력 강화의 기회로 적절히 활용했다는 평가다. 팬데믹을 명분으로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 인력을 추방했으며, 외부 세계와의 접촉 차단하면서 내부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는 것이다.
사이버 해킹은 위기를 버텨내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봤다. 북한은 과거부터 제재 회피와 정권 자금 확보를 위해 해킹을 활용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자 이를 틈타 해킹과 각종 사이버 범죄 활동도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유엔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사이버 범죄를 통해 약 30억 달러를 축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연구원은 이 자금의 일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위기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은 대만 문제, 오커스(AUKUS), 한미일 3자 협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시진핑 정권에 우호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이러한 외교적 행보는 비용은 낮지만 효과는 큰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북한은 중국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에 맞서는 수사적 지지를 통해 시진핑을 자기 편에 묶어두고 생명줄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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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관계의 급속한 밀착은 김 위원장의 외교력을 보여주는 가장 큰 성과로 꼽혔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했다. 김 위원장 역시 북한이 중국에 종속된 국가가 아님을 보여주길 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김 위원장에게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공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병력을 파견했고, 그 대가로 석유와 식량, 현금, 기술 지원 등을 얻었다. 특히 2024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평양을 방문해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 관계는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었다.
박 연구원은 향후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후원 속에서 과거보다 훨씬 대담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통해 북한군의 무기체계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됐고, 드론과 전자전 등 최신 전술 능력까지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북한이 한국의 대응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유력한 도발 지역으로 지목됐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회색지대' 전술을 펼치며 주변국의 대응 한계를 시험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한반도에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제시됐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원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서방 압박을 위해 한반도의 긴장을 활용할 수 있다 이유에서다. 박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이러한 입장 차이를 이용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서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은 더 이상 강대국들 사이에 끼인 약소국이 아니라, 오히려 강대국들의 계산을 흔들 수 있는 전략적 행위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대내외적 환경과 북한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이제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북 정책도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수년 간 새로운 외교 네트워크, 향상된 군사 능력,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중국과 러시아의 보호막까지 확보했다. 따라서 미국이 과거처럼 제한적 보상이나 인도적 지원만으로 북한을 움직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북한은 이제 현상 유지를 흔들고 혼란을 조성하며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이익까지 훼손할 잠재력을 갖게 됐다"며 "과거에는 북한에 관여하고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제재 완화, 경제 및 인도주의 지원 등을 활용했지만, 이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제시해야 할 것"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