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패권전쟁]1-⑨

"올해 반도체 업계는 물론 로봇 업계까지 주목한 최대 사건은 아마도 화웨이의 반도체 개발 이론 '타우의 법칙' 공개일 겁니다."
반도체·스마트팩토리용 AI 컴퓨팅 플랫폼 기업 광저우특공의 션슝펑 영업총괄은 지난 3일 '제24회 상하이 국제 스마트팩토리 전시회' 현장에서 "국산 반도체 도약이 가속화되길 기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전시회 현장에선 광저우특공과 같은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 관계자들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남은 과제로 구현지능을 고도화할 고성능 AI 칩의 확보를 꼽았다.
중국 제조업은 전 세계 생산의 약 30%를 차지한다. 미국, 일본, 독일을 합친 것보다 큰 제조업 기반 위에서 로봇 산업이 성장했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 몫이다. 휴머노이드 영역에선 더 빠른 속도로 생산 역량을 끌어올린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기업별 휴머노이드 출하량 순위에서 애지봇이 5100대로 1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유니트리와 유비테크, 러쥐로봇이 그 뒤를 이었다. 1~4위를 중국 기업들이 석권했다.
이처럼 로봇 제조와 공급망에서는 중국이 앞서가지만 '두뇌' 경쟁에서는 아직 미국 빅테크와 엔비디아 생태계가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구현지능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엔비디아 의존도가 남아 있단 점을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약점으로 꼽았다. 중국 산업계가 화웨이가 내놓은 '타우의 법칙'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타우의 법칙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입이 사실상 막힌 중국의 생존전략이다. EUV는 집적회로 밀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반도체 성능을 개선하는데, 이 같은 방식 대신 신호 전달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타우의 법칙 핵심이다. 디지털 회로와 저장 회로를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뒤 초미세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연결해 신호전달 시간 자체를 단축한단 것.
8~24개월마다 집적회로 밀도가 두 배로 증가하고 성능은 향상되며 비용은 낮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중국식으로 대체하려는 셈이다. 업계에선 화웨이가 이를 통해 서방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기존 5년에서 3년 안팎으로 줄이겠단 선언을 한 것으로 본다.
중국은 일단 '타우의 법칙'을 발판삼아 자력으로 반도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양상이다. 화웨이가 제시한 '타우의 법칙'은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엔비디아의 AI 칩 'H200'에 대한 수입 문호를 당분간 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직후 공개됐다. 중국이 H200을 수입할 경우 AI 칩 제조 생태계가 미국 생태계 안에 갇혀 첨단 칩 기술 발전속도가 오히려 둔화될 것을 우려했단 후문이 나왔다.
물론 중국 내부에서조차 신중론도 나온다. 후옌핑 상하이재경대 특임교수는 경제매체 디이차이징을 통해 "현재 타우의 법칙은 반도체 발전 법칙이라기보다는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된 계산 이론"이라며 "장비와 공정, 수율, 발열 등 기초 영역에서의 도전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타우의 법칙은 오히려 난이도가 기존 개발 이론보다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