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인 35만·시리아 6100명 추방 가능성, 멕시코 국경 망명 제한도 허용
출생시민권 제한에 대한 판단 앞둬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단속 강경책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잇따라 냈다.
25일(현지시간) 미 대법원은 6 대 3으로 아이티·시리아 이민자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임시보호신분(TPS) 종료 조치가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조치가 흑인과 아이티인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것이며, 차별적인 정부 행위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위반한다는 주장을 기각했다.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노골적인 인종적 의도를 통해, 대통령이 아이티인들을 이 나라에서 추방하기로 결심한 데에 인종 문제가 개입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선거 유세 당시 아이티 이민자들이 오하이오에서 고양이와 개를 잡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TPS는 전쟁, 자연재해 또는 기타 위기로 인해 본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민자들에게 임시 합법 체류 자격을 부여한다. 36년 전인 1990년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미국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약 22만 명이 사망한 후 아이티 국민들에게 TPS를 부여했다. 시리아 국민들도 2011년 내전 발발 후 몇 달 만에 TPS 보호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판결로 아이티인 35만명과 시리아인 6100명의 TPS 즉시 종료가 가능해지면서 추방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약 12개국 출신의 TPS 소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PS가 박탈되면 취업허가증과 운전면허증 취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시리아 난민 측 변호사 아힐란 아룰라난탐은 "취약한 난민들이 당파적 변덕에 좌우되지 않도록 의회가 30년 전에 초당적으로 확립한 근본적인 인도주의적 보호 조치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제임스 퍼시벌 미 국토안보부 법률고문은 "TPS에서 T는 '임시'를 의미하지만, 상당수는 사실상 사면과 다름없었다"며 "이번 판결은 법치주의와 상식의 승리"라고 반겼다.
같은 날 대법원은 미국-멕시코 국경 검문소에서 추가 난민 신청을 감당하기에는 과부하 상태라고 판단할 경우 연방 정부가 난민 신청자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다고 6대 3으로 판결했다.
망명법은 '미국에 실제로 체류'하거나 '미국에 도착하는' 모든 비시민권자가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비시민권자는 망명 신청 자격을 얻으려면 국경을 완전히 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검문소의 입국 거부로 물리적으로 미국에 발을 딛지 못하면 '도착'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망명 신청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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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오늘 결정의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 할 것"이라며 법정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박해를 피해 도망치는 모든 사람에게 문을 닫아버리겠다"는 결정을 법원이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 대법원은 오는 29일 불법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의 출생시민권을 금지한 행정명령에 대해 합법 여부를 판단한다. 쟁점은 수정헌법 제14조에서 규정한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