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재도 소용 없다, 반도체주 조정 언제까지…내일 새벽이 분수령[오미주]

실적 호재도 소용 없다, 반도체주 조정 언제까지…내일 새벽이 분수령[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7.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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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식시장]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증시 격언은 맞았다. 지난 2분기에 눈부신 상승세를 펼쳤던 반도체주가 지난 6월 말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오르는 주식은 없다는 것, 포물선 형태로 급하게 오른 종목은 조정도 가파르다는 것을 최근 반도체주는 보여준다.

30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28일(현지시간) 또 다시 4.5% 급락하며 지난 4거래일 연속 총 11.1% 떨어졌다.

올들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올들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최근 반도체주의 하락은 빅테크 기업들이 AI(인공지능)에 쏟아붓고 있는 막대한 자본지출의 수익성에 대해 의구심이 짙어지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약진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며 증폭됐다.

세계 4위의 메모리 회사인 창신메모리(CXMT)는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466% 폭등했다. 28일엔 미국이 최첨단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이 자체적으로 노광장비 생산을 시작했다는 미국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반도체주가 대규모 매도세를 겪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월에도 중국의 AI 모델인 딥시크 충격으로 엔비디아 주도로 반도체주가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도체주 약세가 7월 내내 이어지며 조정이 훨씬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SOX는 이미 이달초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을 의미하는 침체장에 진입했으며 이후로도 계속 내림세다. SOX는 지난 6월22일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 종가 1만4634.7에 비해 24.6% 떨어진 상태다. SOX에 편입되지 않은 플래시 메모리업체인 샌디스크는 지난 6월 말 고점 대비 시가총액이 절반 이상 증발했다.

이같은 반도체주 급락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일본의 키옥시아와 도쿄 일렉트론 등 아시아권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원포인트 BFG 웰스 파트너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피터 부크바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글로벌 거래"라고 말했다.

반도체주 약세와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같은 메가캡의 부진이 이어지며 대형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100지수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을 의미하는 조정장 진입 직전까지 밀렸다.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6월2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 3만660.60 대비 9.4% 낮은 상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주가 추이/그래픽=김현정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주가 추이/그래픽=김현정

그렇다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술주 약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지난달 말 반도체주가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월가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정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2분기 어닝 시즌이 시작되면 기술기업들이 또 한 번 뛰어난 실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다시 한번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대규모 자본지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하면 반도체주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알파벳은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주가가 떨어졌고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상향했음에도 반도체주를 부양하지 못했다. 이는 AI에 투자된 막대한 자금이 어느 정도의 수익으로 이어질지 투자자들의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V 리서치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데니스 드부셰어는 마켓워치에 "AI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질문은 너무 많은데 답은 충분하지 않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수익률(ROI)이 얼마나 될지, AI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지 등은 아직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지난 2분기 동안 반도체주 랠리에서 큰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은 반도체와 관련한 2~3배 레버리지 ETF에 대거 투자했지만 지금은 이런 강세 포지션이 빠르게 청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단순한 투자 포지션의 정상화 과정인지, 아니면 더 큰 조정의 시작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제프리스의 주식 트레이더인 제프리 파부자는 "문제는 투자자들의 포지션 정리가 끝난 이후 무엇이 AI 투자 테마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 것이냐는 점"이라며 "지금 분위기를 보면 아무리 뛰어난 실적이 나와도 시장이 주가 상승으로 보상할지 매우 불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기술주의 향방은 결국 AI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들에 달려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보유 현금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회사채 발행과 주식 발행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결과 하이퍼스케일러의 향후 12개월 예상 잉여현금흐름은 급감하고 있고 이 감소분은 반도체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잉여현금흐름의 증가로 이전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와 반도제 기업의 향후 12개월 주당 잉여현금흐름(FCF) 추이/그래픽=윤선정
하이퍼스케일러와 반도제 기업의 향후 12개월 주당 잉여현금흐름(FCF) 추이/그래픽=윤선정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투자수익률에 대한 우려는 이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CDS는 국가나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일종의 보험이다. CDS 프리미엄이 확대된다는 것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올라가 보험료가 상승했다는 뜻으로 자본 조달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BNY의 미주 담당 거시경제 전략가인 존 벨리스는 AI가 비용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금리를 떨어뜨릴 것이란 주장이 있는데 지금처럼 자본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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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알파벳과 같이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기술기업들의 IPO(기업공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자본 수요는 금리 상승 압력이 될 수 있어 "결국 자본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기술주를 둘러싼 여러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나스닥지수는 지난 6월 초에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 대비 8.2% 하락했다. 반면 다우존스지수는 28일까지 5거래일 연속 오르며 지난 7월 초에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까지 0.6%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우존스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이지혜↑
다우존스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이지혜↑

최근 미국 증시는 반도체주 중심으로 기술주가 부진할 뿐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등 다른 업종은 호조세다. 28일만 해도 S&P500지수 편입 종목의 71%가 상승했다.

한편, 29일은 빅 이벤트로 가득한 하루다. 무엇보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결정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이번에도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70%를 넘는다. 이는 일주일 전 65% 안팎에서 높아진 것이다.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금리 인상 전망은 75%가 넘는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금리 전망에 대해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없애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로 유가가 다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도 주목된다.

29일 장 마감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스 등 하이퍼스케일러와 모바일 칩의 강자인 퀄컴, AI 데이터센터용 CPU(중앙처리장치) 시장 진출을 노리는 암 홀딩스, 반도체장비 회사인 램 리서치가 실적을 공개한다.

FOMC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30일 새벽 3시에,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는 30일 새벽 5시 이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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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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