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령 도시 세우타로 모로코 이민자 수천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스페인 정부가 군 병력을 투입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수백 명의 이민자가 모로코에서 국경을 넘어 세우타에 도착했다. 지난 2주 동안 세우타에 유입된 이민자는 15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페인 국영방송 TVE는 현재까지 2000~3000명이 세우타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세우타 민병대원 협회 회장인 라시드 스비히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며 "국경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밝혔다.
이동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했다.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최소 18명이 세우타 입국을 시도하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사이트엔 주로 젊은 남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국경에 세워진 철조망을 넘거나 모로코 해역을 헤엄쳐 세우타로 진입하는 모습이 공유됐다.


세우타 자치정부 수반 후안 헤수스 비바스는 이민자 수용 센터가 포화 상태이며 수백 명이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국경 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되자 스페인 정부는 군 투입을 결정했다. 국경 경비 강화를 위해 세우타에 군 병력을 배치하고 항공·해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해역 순찰을 위한 잠수팀을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국경·해안경비대(프론텍스)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X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모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고 모로코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책임감과 협력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우타는 멜리야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 있지만 법적으로 스페인 영토다. 국경을 맞댄 모로코 이민자들에게는 EU 영토로 들어가는 첫 관문으로 여겨진다. 2021년 5월에도 모로코와 스페인 간 외교 갈등이 빚어지면서 8000명 넘는 이민자가 세우타로 진입하는 대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에도 모로코가 최근 스페인과 알제리의 관계 강화 움직임에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서사하라 문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한 앙숙 관계다. 이달 스페인 대법원이 스페인 영토에 도달하려다 해상에서 적발된 이민자들을 즉시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한 판결 역시 이민자 유입을 거든 배경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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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친이민 정책을 펼쳐 온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야권은 산체스 총리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스페인 제1야당 국민당(PP) 대표 알베르토 누녜스는 "세우타 상황은 절망적"이라며 "정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는 산체스 총리를 "배신자"라고 표현하며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EU)은 세우타 사태가 새로운 대규모 이민 물결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불법 이민 억제를 강조해온 유럽의 우파 정치인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세우타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솅겐 조약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EU 회원국 중 29개국이 가입한 솅겐 조약은 가입국 간의 출입국 심사를 폐지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한 협정이다.
독일 극우 성향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 역시 개인 SNS에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아마 독일일 것"이라며 "지금 당장 국경을 폐쇄해야 한다"고 적어 올렸다.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역시 세우타에 도착한 이민자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에 "이건 명백한 침공"이라며 거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