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모닝인사이트] 중국 반도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이른바 '탑2'로 일컬어지는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가 오랜 분업을 끝내고 각각의 사업영역을 향해 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D램 전문 기업인 창신메모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이하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반면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성장한 양쯔메모리는 D램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사업 확장이 현실화하면 중국 메모리 산업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성장한 두 기업이 상대 시장에 진입하면 고객사 확보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낸드 점유율 세계 3위 양쯔...D램 점유율 세계 4위 창신
중국 메모리 산업에서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는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D램은 프로세서가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메모리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과 PC, 서버 등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쓰인다. 두 제품은 용도뿐 아니라 셀 구조와 제조 공정에도 차이가 있어 그동안 각 기업은 주력 분야에서 기술과 생산 기반을 축적해왔다.
양쯔메모리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양쯔메모리는 2026년 2분기 출하량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3위에 올랐다. 매출 기준 점유율도 2025년 1분기 9%에서 2026년 1분기 14%로 높아졌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양쯔메모리는 기존 소비자용 제품에서 기업용 저장장치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기회도 맞았다.
양쯔메모리의 주요 기술 가운데 하나는 자체 개발한 엑스태킹(Xtacking) 아키텍처다. 메모리 셀을 형성하는 영역과 주변 회로를 별도의 웨이퍼에서 제조한 뒤 결합하는 방식이다. 각 영역을 독립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칩 면적을 약 25% 줄이고 스토리지 밀도를 높일 수 있으며, 각 공정을 독립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현재 엑스태킹 4.0 아키텍처 기반의 267단 3차원(3D) 낸드플래시가 양산됐으며, 칩 한 개당 1Tb TLC 용량을 제공하고 I/O 속도는 3,600 MT/s에 달한다.
창신메모리는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제품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창신메모리의 월간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현재 약 32만장에서 향후 1년 내 42만장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말에는 월 50만~60만장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0만장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보다 생산능력이 87.5%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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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메모리는 지난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0%를 기록하며 세계 4위에 올랐다. 1년 전인 2025년 2분기 4%에서 6%포인트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 8%와 비교해도 2%포인트 높아졌다. 1위는 삼성전자(38%), 2위는 SK하이닉스(25%), 3위는 미국 마이크론(24%)이다.
창신메모리는 지난 9월 5세대 D램 기술 플랫폼의 양산을 발표하고 24Gb(기가비트) 용량의 저전력 D램(LPDDR5X) 제품 2종을 공개했다. 창신메모리는 해당 신규 플랫폼은 메모리 어레이 액티브 영역의 하프 피치를 11.95나노미터(㎚)로 구현했고, 메모리 커패시터의 종횡비를 45:1로 달성했으며 핵심 동작 영역의 높이를 6762나노미터(㎚)로 낮췄다. 이를 통해 5세대 플랫폼의 스토리지 밀도가 대폭 향상돼, 동일 조건에서 신규 플랫폼의 웨이퍼 한 장당 다이 생산 수량이 이전 세대 대비 최소 50% 이상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AI 수요 폭발, 반도체 공급은 부족…사업 영역 넓히는 이유
양사가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배경에는 AI 산업의 성장과 메모리 시장의 공급 여건 변화가 있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고성능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메모리가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메모리 업체에는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수요가 커지는 제품군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HBM과 서버용 메모리에 생산·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과 높은 생산 수율이 필요하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의 생산능력 확대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대 시장 진출은 양사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창신메모리는 D램에 집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낸드플래시까지 제품군을 넓히면 AI 서버와 슈퍼컴퓨터용 저장장치 등 새로운 고객과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고객 기반과 생산 경험을 활용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메모리 시장의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창신메모리의 낸드 사업 진출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다. 기존 D램 제품에 집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저장장치 시장까지 진출하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아이치차 지난 14일 보도에 따르면 창신메모리는 베이징에 위치한 신공장에 낸드플래시 연구개발 생산 라인을 건설하고 동시에 베이징에 연구개발 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관련 연구개발 프로젝트에는 낸드 기술 개발이 포함되며, 현재 창신메모리는 이미 낸드 사업 계획과 관련해 고객들과 접촉을 진행 중이다. 그중 한 스타트업 기업이 창신메모리의 낸드 칩을 구매해 인공지능 시스템 및 슈퍼컴퓨터의 스토리지 제품 연구개발과 배치에 사용할 계획이다.
양쯔메모리는 저전력 D램인 LPDDR5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엔지니어링 샘플을 하위 고객사에 보내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3기 공장은 2026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을 절반씩 배분하고 초기 D램 월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약 2만5000장으로 계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양쯔메모리의 첫 D램 생산 거점이 될 전망이며, 2027년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향후 DDR5와 HBM, 3D D램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쯔메모리의 D램 진출이 현실화하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에 메모리 조달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LPDDR 계열 제품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만큼 기존 낸드플래시 고객 기반과 별도로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할 기회가 된다.
양사의 움직임은 단순히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군을 다각화해 성장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상대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과 실제 양산·판매는 다른 단계다. 양사는 신규 제품 개발과 생산라인 구축, 고객사 평가를 거쳐야 하며, 기존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과 원가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
누가 승리할까?...기술·수율·원가·특허가 관건
D램과 낸드플래시는 모두 메모리 반도체인 만큼 일부 생산 인프라와 장비·소재 공급망을 공유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클린룸과 초순수 공급시설, 특수가스 공급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웨이퍼 표면을 세정하거나 평탄하게 만드는 일부 공정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기존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면 신규 사업 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양사의 사업 확장은 중국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에도 새로운 공급 기회가 될 수 있다. 신규 제품의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구축에는 식각·증착·세정 장비와 화학적 기계 연마(CMP) 장비, 특수가스와 전구체 등 다양한 장비·소재가 필요하다. 신규 라인이 구축되거나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기존 공급업체의 주문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두 제품의 제조 공정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D램은 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면,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적층해 저장 밀도를 높인다. 제품 구조와 공정 단계, 기술적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생산시설을 갖췄다고 해서 다른 메모리 제품을 곧바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규 공정에 적합한 장비를 확보하고 공정 조건을 최적화해야 하며, 생산 수율과 제품 신뢰성도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양사의 제품 영역이 겹치면서 발생하는 경쟁은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기술과 원가, 특허를 둘러싼 대결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이르면 2028년께 상대 주력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맞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경쟁력은 신규 제품 개발 자체보다 안정적인 양산과 수율 확보, 고객사 주문으로 이어지는 상업화 역량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