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정되기는 하였지만, 우리는 한동안 원 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환율 변화 확대는 우리가 1997-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강요 받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 때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려고 시도하다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외환보유고를 모두 탕진하고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리지 않았던가? 결국 우리는 손을 들고 말았고 환율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용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표방한 환율제도는 변동환율제이다. 변동환율제는 외환의 수급에 의해 시장에서 환율이 자유롭게 결정됨을 의미한다.
외환위기 이후 실제로 환율의 변화폭은 크게 확대되었다. 외환위기 직후 1달러당 2000원에 이를 정도로 급등하였던 환율은 그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200원 근방에서 안정화되었다가, 미국경제의 과도한 무역적자가 부각되면서 다시 하락하여 최근 920원 안팎까지 더욱 하락한 바 있다.
환율하락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외환시장에서의 달러공급 과잉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줄곧 무역흑자로 달러를 벌어 들였고,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의 자본 투자도 증가하여,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넘쳐 흘렀다. 결국 이는 달러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환율은 하락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은 전혀 없었고 환율은 줄곧 외환시장에서의 달러의 수급에 의해서만 결정되었는가? 자세히 살펴보면 환율이 올라갈 때는 거의 개입이 없었던 것이 틀림없어 보이지만 환율이 내려갈 때는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이를 한번도 시인한 적도 없고 직접적인 증거도 중앙은행이 실토하지 않는 한 찾기 어렵지만 환율과 외환보유고의 움직임에는 정부의 이러한 시도의 자취가 남아 있기 마련이다.
환율이 올라갈 때에 비해 환율이 내려갈 때 정부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달러를 벌어 들이는 수출기업을 살리기 위함이다.
환율이 하락할 때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결국 수출기업은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여 환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다행히(?) 수출기업은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손실을 막기 위해 꾸준히 외환시장에서 과잉의 달러를 사들인 셈이고, 기업이 싸게 팔 수밖에 없었던 달러를 정부가 비싸게 사준 셈이 되었으므로 결국 기업의 손실을 정부가 떠 맡은 결과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외환보유고도 계속 높아져 지금은 2000억불을 넘어선 상태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힘은 거역하기 어려웠으며, 환율은 결국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정부손실은 십 수 조원에 이르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이러한 일을 지속하면 정부 손실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 있다. 더 나쁜 것은 기업들이 더 이상 환율의 변동에 스스로 대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의지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이러한 징조는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경우 외환시장 규모가 작고 따라서 외환시장에 그대로 맡길 경우 투기세력이나 일부 투매자들에 의해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하지만 투기세력도 결국 시장의 흐름에 베팅하는 것이지 시장에 역행한다면 자신이 고스란히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가 항상 투기세력을 이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투매자들에 비해 정보의 우위를 갖는다고 볼 수도 없다.
최근 외환시장이 그나마 안정을 찾았는데 이러한 안정도 정부개입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 증가와 경상적자 등에 의한 달러수요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개입의 한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최대한 시장의 흐름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혹시 시장에 미반영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여 혹시 생길 수 있는 투매를 방지하고 시장이 제대로 된 정보 하에서 작동하도록 도와 주는데 보다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