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 주가조작,'치고 빠지기' 전략 구사

L사 주가조작,'치고 빠지기' 전략 구사

서명훈 기자
2007.04.17 10:29

한번 사용한 계좌는 재사용 안해…수익률까지 관리

다단계 피라미드 방식으로 L사 주가를 조작한 세력들은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치고 빠지기식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조작에 한번 사용된 계좌는 다시 이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한 계좌에서 지나치게 많은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했다.

17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L사 주가조작에 728개 증권계좌(약 1500억원 규모)가 사용됐다. 조사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참여자가 계속 증가, 관련 계좌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치고 빠지기 전략에 수익률까지 관리

작전 세력은 이처럼 확보한 증권계좌를 이용, 치고 빠지기식 전략을 구사했다. 예를 들어 100개의 계좌를 확보했다고 가정할 경우 1번 계좌에서 시세보다 10원가량 높게 매도 주문을 내면 2번 계좌에서 이를 매수한다. 다시 3번 계좌에서 10원 높게 매도 주문을 내면 4번 계좌에서 매수하는 식이다.

일반적인 주가조작의 경우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반면 L사의 주가는 상한가 없이 꾸준히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L사의 경우 주가조작이 6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전적인 통정매매 수법이 이용됐지만 워낙 많은 계좌를 이용, 적발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발된 세력은 감독당국의 눈을 따돌리기 위해 한 계좌에서 지나치게 많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다수의 투자자를 끌어 모으면서 당초 약정한 수익률만 달성하면 된다는 점도 이같은 수법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가조작에 여러 계좌를 사용했고, 수익률까지 관리함에 따라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주가조작 혐의를 잡아내기가 그만큼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1번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지만 10원 차익을 거둔 이후 다시 L사 주식을 거래하지 않았다면 주가조작으로 보기 힘들다”며 “거래 횟수와 차익 규모 자체가 과거 주가조작 사건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주가조작이 6개월 동안이나 진행됐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늑장 대응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전 세력의 이같은 치밀함을 이해한다면 ‘신속하게’ 처리했다는 당국의 설명도 부분적으로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유사수신업체 개입 ‘추정’

이번에 적발된 작전 세력은 다단계 피라미드 방식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1번 투자자가 2,3번 투자자를 데려오고, 다시 2,3번 투자자가 4·5, 6·7번 투자자를 소개해 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주가조작에 유사수신 업체가 개입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피라미드 방식 자체가 유사수신 업체가 즐겨 쓰는 수법인데다 수많은 투자자를 모았다는 점에서 주가조작 전문가와 유사수신 업체의 합작품이란 설명이다.

금감원이 지난달 20일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수신 혐의업체 25개사를 경찰청에 통보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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