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는 기본… '검은 돈'의 진화

사채는 기본… '검은 돈'의 진화

김성호 기자, 전혜영
2007.04.20 09:06

대박의 유혹 작전 천국<3> 주식대출·브릿지론도 돈줄 변신

'루보사태'로 코스닥시장이 '작전의 소굴'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작전의 원동력인 '검은 자금'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사채에서 브릿지론까지 진화 = 적재적기에 자금을 투입, 주가를 조작하는 것이 관건인만큼 작전의 필수 요소는 '돈'이다. 따라서 작전 세력들의 관심사는 자연히 자금조달방법에 몰릴 수밖에 없는 것.

과거에는 작전자금하면 '사채'를 떠올릴 만큼 사채가 전형적인 작전자금으로 활용됐다.

일례로 작년 6월 한 사채중계업자와 M&A전문업체 사장이 사채자금을 끌여들어 엔터테인먼트업체 S사의 주가를 조작해 끌어올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서울 명동의 사채자금을 끌여들여 S사의 유상증자에 참여, 신주 200만여주 중 180여만주를 배정받은 뒤 이 회사대표로부터 5억원(양도성예금증서)으로 주가를 조작했다.

하지만 사채의 고금리와 담보비율에 부담을 느낀 세력들이 교묘해진 작전 방법에 맞춰 자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면서 자금 모집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이번 루보 사태로 세상에 알려진 금융 다단계방식이 대표적이다. 다단계방식은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후 피라미드식 다단계 방법으로 규모를 확대한다. 1번 투자자가 2, 3번 투자자를 끌어오는 식이다. 모은 자금으로 작전대상 기업 주가를 끌어 올린 후 이를 미끼로 다시 자금을 유치하다 보니 끊임없이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간에 여러 차례 주식을 처분, 배당금을 지급하며 입소문이 나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과감하게 공금융권을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루보사태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주식담보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매입 자금을 저축은행에서 빌려주고, 대신 고객의 주식계좌를 담보로 잡는 대출상품으로 금리는 대개 연 10% 후반에서 20%선이다. 루보는 주식담보대출 대출한도가 원금의 300~500%에 달한다는 점을 이용, 투자원금을 최대한 부풀리는 방식으로 세를 확장했다.

증권사나 은행, 보험회사 등의 브릿지론을 이용하기도 한다. 브릿지론이란 기업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초기자금을 지원하는 단기 연결차입을 말한다. 최근 은행 및 보험업계는 물론 제2금융권까지 앞다퉈 브릿지론을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선 브릿지론이 상장사간 M&A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금융사가 코스닥 머니게임의 실질적인 전주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A증권사는 최근 잇단 M&A로 주목받은 한 상장사에 50억원의 브릿지론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돼 이를 반증하고 있다.

◇금융사, IB 강화한다더니 작전에 협조? = 루보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국내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혹시라도 주가 조작 관련 불똥이 튈까봐서다.

이번에 루보에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저축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 캐피탈 등 주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업체가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다.

브릿지론 제공과 관련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나름대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브릿지론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일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업에 빌려준 자금이 머니게임에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 혈세로 살아난 은행들과 올바른 투자문화를 선도해야 할 대형증권사들이 작전세들의 실질적인 돈줄 노릇을 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은행과 증권사라면 그래도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들인데 돈이 된다고 해서 작전에 이용될 수 있는 곳에 돈을 대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금융사, "심사 까다롭다" 반박 = 이에 대해 은행, 증권사는 일부 제2금융권에 있는 금융사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은행, 증권사 만큼은 자금을 빌리려는 기업들에 대해 철저한 심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은행, 증권사의 자금이 불순한 세력의 돈줄로 작용할 소지는 없다는 것.

실제로 증권사만 해도 브릿지론을 통해 자금을 빌리려는 기업에 대해 기업의 신용도, 자금의 정확한 사용 용도, 담보여부, 상환 계획 등을 철저히 보고 있다. 특히, 해당기업에 직접 실사를 나가 사용목적에 맞게 자금이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브릿지론의 경우 대출기간이 6개월에서 1년사이인데, 이 기간동안 기업의 대출자금 흐름을 꾸준히 모니터링 한다"며 "브릿지론을 작전에 이용하는 일이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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