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유상호 한국증권 사장

훤칠한 키의 신사가 들어온다.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치곤 너무 젊다. 당당한 '에너지'를 뿌리며 성큼 앞으로 다가선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은 지난 3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증권(옛 동원증권)에 온지 4년 반만이다.
"인생을 스타카토로 살아라." 그의 철학이다.
"골치 아픈 것을 질질 끌지 말고 딱딱 끊어주면서 살자는 얘기입니다. 주말엔 업무에 관한 건 다 잊어버리고 머리속을 비우는 훈련을 많이 했지요. 근데 사장이 되고 나니 아무래도 그게 잘 안됩니다. 꿈에서도 일 생각을 할 정도예요."
요즘 그의 머리속은 복잡하다. 유 사장은 "취임초라 공식적인 일이 많고 회계년도 기말기초라 몸이 너무 힘들다"며 "1년쯤 지나면 CEO 엔돌핀이 돌아 좋아진다는데 언제쯤 그렇게 될까 싶다"며 웃었다.
그는 첩첩산중 속에 놓여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은 그중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거산(巨山)일 것이다. 해외진출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그가 던진 화두는 매우 공격적이다. 시장의 지각변동 시기에 아예 '1등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야심이다. 그것도 모든 분야에서 1등이 되겠다고 했다. 기간을 3년으로 제시했다.
그는 "증권산업은 시기(타이밍)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80%의 완성도를 갖췄더라도 모두가 원하는 시점에 내놓는 게 중요하다"며 "빠른 의사결정 구조나 과감한 결단력 등을 볼 대 오너십이 확실한 한국증권이 분명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통법을 앞두고 투자은행(IB)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 이제는 수수료(fee) 받는 데 주력하는 사업구조로는 비싼 인력들 먹고 살기 힘들다.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한계상 외국에 나가 IB를 펼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한국인들은 말로 하는 서비스를 받고 돈을 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골드만삭스처럼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한국증권은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에는 PI(자기자본투자)센터를 만들고 1조원 가량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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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과 주식을 팔아 현금 7000억원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을 지난해 1조원 정도 투자할 수 있었다. 3월말 자기자본이 1조8000억원 정도다. 여전히 1조원 정도는 유동성 측면에서 볼 때 투자할 여력이 있다.
▶다른 증권사를 인수할 것인가.
- 한국금융지주에서 검토할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중소형 증권사는 합병해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시너지효과를 내려면 대형 증권사나 은행을 합병대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있는지.
- 이번에 리스크관리 부서장을 추가로 뽑았다. 앞으로도 외국계에서건 국내에서건 좋은 인력 있으면 보강할 생각이다.
옛 동원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합병 후에도 이 제도를 그대로 도입, 적용하고 있다. 성과급제도는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잘 돼 있다. 본사 영업인력은 대부분 연봉제로 바꿨다. 능력에 따라 차등 배분하기 때문에 성과급은 한도가 없다. 4월말이면 성과급을 10억원 이상 받는 직원들도 꽤 늘어날 것이다.
▶자산관리 전략을 어떻게 펼치고 있나.
-로드맵은 두가지다. 첫째, 고객자산을 늘려 회사의 펀더멘털을 증가시킨다. 둘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인다. 앞으로 7~8년 내에 고객자산 100조, 세전 수익 1조짜리 회사로 만들겠다. 2020년까지 시가총액 20조원, ROE 20%를 달성할 것이다.
영업맨들이 열심히 돌아다닌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본사에서 '미사일'을 제대로 쏴 줘야 하다.
지난해 베트남펀드에 투자자들이 너무 몰려와 모집을 중지했다. 베트남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는데 팔면 1조원도 넘겠더라. 운용 관리를 위해 3000억원 팔고 닫았다. 한번도 거래하지 안았던 고객 8000명 가까이 와서 새로 계좌를 텄다.
회사가 좋은 제품 공급하고 널리 알리면 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얘기다. 상품 공급능력이 영업과 결부돼야 자산관리가 성장한다.
▶한국운용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가. 해외펀드 판매를 위해 외국계 회사와 제휴를 맺을 계획이 있나.
- 해외진출은 증권이 중심이다. 베트남도 증권에서 여건 만든 다음 한국운용을 끌어들였다. 중국펀드도 홍콩 현지법인이 운용 라이선스가 있어서 중국인 펀드매니저 뽑아 운용자문을 하도록 했다.
운용은 한국에서 하고 현지엔 사무소를 열어 애널리스트들이 주재하는 형식이다. 우리 손이 모자라 할 수 없는 부분은 특화된 해외 운용사와 펀드별로 제휴를 맺어 운용할 것이다.

▶한국증권이 베트남 투자를 선도했다. '제 2의 베트남'이 될 나라는.
-중앙아시아 동남아 등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 인프라는 덜 갖춰져 있지만 최근 실물자원이 각광을 받고 있어 자원개발, 부동산개발 등 투자하기 알맞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프로덕트파이낸싱(PF)을 했고 자원개발 투자펀드로 준비중이다. 중동도 진출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뱅키스)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부에선 대형 증권사에서 수수료 경쟁 이끈다며 비판하기도 하는데.
- 뱅키스를 선보인 건 키움증권 이트레이증권 등 은행 연계 제도만 이용하고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소형사에서 모두 맡기엔 고객 수요가 너무 확대됐다.
▶온라인 영업으로 해외진출한다는 계획이 있는 걸로 안다. 구체적인 시기는 언제인가.
-한국의 트레이딩시스템은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인데 아직까지는 중국 증권사들이 온라인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의 시스템은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본다.
해외에서 현지 리테일을 하긴 만만치 않다. 베트남의 경우 리테일 사업까지 계획하고 있지만 베트남 외에 적당한 타깃이 있을 때 온라인 사업으로 해외진출을 검토할 것이다.
지금은 기초적인 검토를 하는 단계다. 중국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증권사와 협력방안을 모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