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미국 요구내용 대부분 수용-한국에게 부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노동·환경 분야는 예상했던 것처럼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수준에서 결론이 났다. 사실상 미국의 '완승'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추가협상을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노동·환경 분야 분쟁 발생시 특별분쟁해결 절차가 아닌 일반분쟁해결 절차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분쟁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나라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환경관련 국제협약 및 노동·환경법 준수 의무도 한층 커지게 됐다.
◇위반시 제재 강화=한·미 양국은 추가협상을 통해 무역증진 또는 투자유치를 위해 노동·환경법에 포함된 보호수준을 약화 또는 저하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을 '의무규정'으로 변경했다.
또 노동·환경법의 효과적 집행 의무 위반시에만 제소가 가능했던 것이 관련 법·제도의 전분야에 걸쳐 일반분쟁해결 절차 제소로 확대됐다.
노동기본권 및 환경협약, 국내 노동·환경법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준수의무가 강화된 것으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무역제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분쟁 발생시 일반분쟁해결 절차로 통일됨에 따라 제재수위는 크게 높아지게 됐다. 특별분쟁해결 절차는 과징금 1500만달러가 상한선이고 패소해도 위반국 제도개선에 사용되지만 일반분쟁해결 절차를 적용하면 배상액 상한선이 없어지고 배상액도 제소국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단 국내 법·제도가 무역과 투자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쳤을 때만 가능하다. 입증책임은 제소국에게 있으며 '국가 대 국가 분쟁'만 허용된다.
예컨대, 미국 수출기업이 환경법을 위반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법규보다 약한 처벌을 내릴 경우 미국은 일반분쟁해결 절차를 따른 제소를 할수 있게 된다. 제소국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중재패널에서 결정되면 미국은 관세특혜정지 등 무역제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때 한국정부는 무역제재를 받는 대신 배상으로 갈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환경당국은 공히 관련 법·제도로 인한 무역분쟁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부남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분쟁이 발생할 여지는 많아졌지만 당사국 협의와 무역·투자 관련성 입증 등의 관문이 있기 때문에 무역제재까지 가는 사례는 예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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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보다는 한국이 제소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이 제도는 한국에 훨씬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미국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많기 때문으로, 미국이 공격을 하면 한국이 방어해야하는 상황이 전개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ILO 의무사항은 분쟁대상서 제외=환경분야는 기존에 알려진대로 7개 국제환경협약(MEA)를 위반하면 일반분쟁해결 절차 제소 대상이 된다.
MEA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습지보전협약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해양오염방지협약 △국제포경규제협약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에 관한 협약 △전미열대참치위원회의 설립에 관한 협약 등이다.
MEA를 위반하면 일차적으로 MEA 협약에 따른 징계절차를 따르되, 결론이 나지 않으면 한·미FTA의 분쟁해결 절차가 적용된다. 만약 한국국적 선박이 포경규제협약을 무시하고 태평양에서 고래를 잡아도 무역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
환경부는 "협약상 의무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 및 관련 조치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MEA 중 남극해생물자원보존에 관한 협약과 전미열대참치위원회의 설립에 관한 협약의 이행을 위한 국내법규도 없어 차후 신설이 필요한 대목이다.
반면 환경협약과 동일한 제재절차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던 ILO(국제노동기구) 선언상의 노동권 유지 의무는 분쟁절차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그 자체로 국내 법령을 제·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한·미FTA로 추가 의무가 발생하지도 않아서"라는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이 점은 ILO가 정한 핵심협약 8개 중 한국이 4개를 비준했고, 미국은 2개에 불과하는 등 미국내 노동기본권 보호가 한국에 비해 취약한 점에 비춰 미국에게 유리하게 개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ILO의 187개 전체협약 가운데서도 한국은 22개를 비준했으나 미국은 14개 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