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먹과 돈, 그리고 법

[기자수첩]주먹과 돈, 그리고 법

양영권 기자
2007.07.02 15:24

"법보다 주먹이 먼저지." "틀렸어, 주먹보다 돈이 먼저야."

화제의 TV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폭력 조직원들이 나눈 대사다. 대검의 김진숙 검사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각종 불법행위가 "현실에선 용납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 검사의 말을 증명한 듯한 판결이 2일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내려졌다.

"사회적 지위나 재력, 조직을 내세워 사적 보복을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법원은 김승연 '회장님'에 징역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금쪽같은 아들이 폭행을 당하자 회장님은 법 대신 가까운 주먹을 택했다. 힘들게 싸움의 기술을 익혀 가해자를 때려눕히는 '플라이 대디'가 될 필요는 없었다. 회사 소속 경호원과 협력업체 사장이 회장님의 뒤를 따랐다. 눈에는 눈!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아라." 폭행 현장에서 내뱉었다는 말이다.

폭행 피해자들이 이를 문제삼을 태도를 보이자 회장님은 이번에 돈을 내세웠다. 사건 무마를 위해 7억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사건 발생 한달이 넘도록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회장님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수사는 시작됐고, 사건 두달여 만에 회장님은 구속됐다.

사실 회장님에게는 법도 서민에 비해 훨씬 가까이 있었다. 법원장, 고·지법 부장판사, 지검 부장검사 출신 변호인들을 내세워 이번에는 '법'의 보호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시종 일관 여유로운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

"아들 또래인데 내가 맞짱을 뜰 수 없다" "아구를 몇번 돌렸다" "싸대기를 한 두대 쳤다." 법정 진술도 거침없었다. 심문 도중 손으로 턱을 괴다 판사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경찰 수사와 영장실질심사,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법 경시적 태도'라고 일갈했다. 드라마를 현실로 착각했던 회장님. 그러나 푸른 색 미결수복 차림의 뒷모습을 보이며 교도관들에 이끌려 다시 구치소로 향하는 상황이 현실임을 자각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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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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