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증권·운용 사장직은 징검다리(?)

삼성, 증권·운용 사장직은 징검다리(?)

배성민, 이학렬 기자
2007.08.02 09:29

[흔들리는 '삼성 금융파워']<하>삼성증권·투신·카드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운용 대표이사(CEO)의 업계 내 위상은 수위권이다. 시가총액과 수탁고 면에서 삼성증권과 투신운용이 1 ~ 2위를 다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으로 옮겨와 보면 이 같은 위상이 오그라든다.

삼성증권의 시가총액(1일 종가 기준)은 5조6000억원대로 대우증권(6조927억원)에 이어 2위다. 3위인 현대증권에 비해서는 1조7000억원 가량 앞선다. 운용사에서도 삼성투신운용은 미래에셋운용과 더불어 독보적으로 23조 ~ 25조원대의 운용규모를 자랑한다.

반면 삼성그룹 상장사 중 삼성증권은 여섯번째에 머문다. 상장되지 않은 삼성생명과 에버랜드, 삼성SDS 등을 고려하면 그 순위는 더 밀린다.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래저래 후순위에 머물게 된다.

삼성 금융 계열사의 사장은 증권이나 투신운용에 머물기보다는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등으로 옮겨와서 옮겨가는 과정에서의 수업 과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삼성증권은 90년대 중반부터 5명의 사장이 차례로 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개 삼성생명, 삼성전자 또는 그룹 회장실 출신이었고 삼성증권을 승진 또는 영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임기가 짧지는 않았지만 과감한 사업전개를 통해 증권업에 올인하기보다는 그룹내 맏형뻘의 계열사로 옮겨가는데 관심이 컸을 것이라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97년부터 2년간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현곤씨는 삼성BP화학으로 옮겨갔다. 그는 뱅커 출신이긴 했지만 삼성그룹으로 옮겨와서는 제일모직, 삼성정밀,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에서 잔뼈가 굵었고 결국 제조업체로 돌아간 경우다.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이사는 제일모직 이래로 그룹 회장 비서실, 삼성전자 등에서 기획과 재무 등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캐피탈,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생명(자산운용) 등에서 대표이사를 맡았다. 유 대표는 삼성증권에서 큰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해 삼성생명 등으로 옮겨갔다.

삼성투신운용과 삼성증권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은 순혈주의가 지배하는 삼성에서 이례적인 경우였다. 삼성물산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파리바은행 등에서 해외 근무 경험을 쌓은 그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을 거쳐 증권 계열사로 안착했지만 우리금융으로 옮겼다.

배호원 현 삼성증권 사장은 그룹 재무팀에서 주로 일했고 삼성생명에서 관리, 경영지원, 투자사업, 자산운용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그는 삼성투신운용 사장을 2001년부터 2년간 맡았다 친정인 삼성생명(자산운용본부장)으로 옮겼고 2004년부터 삼성증권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사장직이 타 계열사로 옮겨가는 발판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삼성투신운용에서도 발견된다. 제일제당과 삼성화재에서 주로 근무했던 황태선 전 삼성투신운용 사장은 지난해부터 삼성화재로 옮겨가 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주로 근무한 강재영 현 삼성투신운용 사장도 금융업 경력보다는 제조업체에서 잔뼈가 굵은 경우다.

그룹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삼성증권이 지난 92년에 삼성에 편입됐던 만큼 증권 출신 사장이 나오기는 이르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또 그룹 재무분야나 타 금융계열사의 전문가가 증권.운용사로 옮겨갔고 전 계열사가 독립경영 체제인 만큼 회사별 순위를 매기는 것도 무리라고 설명한다. 증권이나 투신운용에서의 경영실적이 나빴다면 다른 계열사나 타 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었겠느냐고도 반문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공격적 사업보다는 수성을 중시하고 튀지 않으려는 그룹 분위기가 그룹의 위상만큼 증권.운용사가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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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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