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고제, 유지시 업계 단기수익 vs 폐지시 저작권보호의식 제고

최근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개정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이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 협정에 친고죄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고죄 폐지를 놓고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으니 당연히 논란꺼리가 될 수밖에 없다.
'친고죄'는 한마디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에서 친고죄 규정을 폐지하게 되면, 프로그램 저작권자의 고소 없이도 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고, 이는 프로그램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의 친고죄 폐지는 현재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와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 등 일부 권리자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있다. 이 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미 FTA에서 친고죄 폐지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친고죄가 폐지되면 국민 다수가 당국의 무분별한 단속과 처벌로 범죄자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 FTA 협정문에선 상업적 규모의 지적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사법당국이 권리자의 '공식적인 고소없이 직권으로 법적 조치(legal action)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법적 조치'의 해석을 두고, 수사만으로 이해할 것인가, 기소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입법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수사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친고죄라고 하더라도 고소없이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 학설과 판례에 나타나 있다. 따라서 한미 FTA를 이행하기 위해 현행 규정을 굳이 개정해야 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과거 미국이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국제지적재산연맹(IIPA), 한미통상연례회담 등을 통해 프로그램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집행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이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상의 고소요건을 삭제하거나 완화할 것을 주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수사'에 한정해서 한미 FTA협정문을 해석한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그렇다면, 한미 FTA 협정문의 관련 규정을 우리 법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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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침해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되, 이 가운데 상업적 규모의 침해에 대해서만 비친고죄로 하는 방식이 있다. 다른 하나는 비상업적 규모의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것으로 하고 그 전체를 비친고죄화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이번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개정안은 프로그램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후자의 방식을 선택했던 것이다. 문제는 후자의 방식대로 법을 개정해서 친고죄가 폐지됐을 때 과연 국민 대다수가 범죄자가 되는가일 것이다.
이번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개정안은 기존의 '사적복제' 외에 '공정 사용(fair use)' 규정을 두어 프로그램저작권 제한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침해'만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겨있다. 따라서 경미한 침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려하는 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학설 및 판례에 따르면, 친고죄 제도의 취지는 '피해자의 명예보호'와 '피해법익의 경미성'에 있다. 소프트웨어(SW)저작권은 기업의 중요한 재산이고, SW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프로그램저작권 침해 범죄를 반드시 친고죄로 해야 하는가에 의문이 든다.
친고죄를 유지시켜 저작권자가 침해자와 합의를 통해 단기 수익을 얻도록 하는 것과 친고죄를 폐지해서 지적재산권 보호의식을 제고하고 상업적 피해를 방지하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우리나라 SW불법복제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때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SW산업을 튼실하게 만드는 것이 공통의 목적이라는 전제하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