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판 흔들기' 대신 '안정' 추구

연금개혁 '판 흔들기' 대신 '안정' 추구

여한구 기자
2008.02.03 18:12

공무원연금 결론 유보-국민연금 사실상 그대로

이명박 정부가 연금 개혁에서 '모험' 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민연금 수준으로의 공적연금 동시개혁 방침을 밀어붙이지 않고 복수안을 제출해 정부 출범후 조율키로 했다.

아울러 기존 국민연금 수급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에서 대통령 공약인 '국민연금-기초노령연금' 통합을 추진키로 했다. 인수위안이 확정되면 통합연금에 정부재원이 추가 투입되지만 기존 가입자 입장에서는 별반 달라진게 없게 된다.

자칫 과격한 '판 흔들기'를 시도했다가 국민연금은 물론 새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일보 후퇴'= '쌍끌이 연금개혁'의 한축인 공무원연금 개혁논의가 사실상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졌다. 인수위는 자체 결론을 내지 못한채 '보수적 개혁안'과 '구조적 개혁안' 두가지 안을 논의 무대에 올려놓는 선에서 역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안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공적연금 개혁 TF팀'에서 다뤄지게 된다.

출발점은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 처럼 바꾸겠다'는 것이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내외부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가 보고한 복수안 중 '보수적 개혁안'은 기존 공무원연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을 사왔던 제도를 손질해 수혜폭을 현재보다 줄이자는게 골자다.

소득산정 방식에 있어 국민연금은 생애 평균소득이 기준이지만 공무원연금은 퇴직 전 3년간 평균보수를 적용하는 등의 '불평등'한 혜택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2배 가까운 연금을 받는 부분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퇴직수당도 존치된채 수당액만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개혁안은 기존 공무원연금 구조를 해체하고 '국민연금 수준의 공무원연금+퇴직연금+저축계정' 등 다층적 구조로 전면 개편하는 방식이다. 월소득의 1~2%를 매칭펀드 형태로 정부가 지원해주는 저축계정을 빼면 국민연금과 같아진다. 이 방식은 국민들에게는 환영받을 수 있지만 공무원노조 등 조직화된 공무원사회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인수위 논의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는 "보수적 개혁안이라고 해도 수혜 삭감폭이 어느정도 인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어떤 안이 바람직한지는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손 안댄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지와 나이들어 얼마만큼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느냐'다. 현실 생계와 미래 노후생활 보장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50여가지가 넘는 안을 놓고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전면 개혁 대신 현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도를 보완하는 '절충'을 택했다.

인수위안에 따르면 보험료(9%)는 그대로 두고서 2007년까지 60%였던 급여율을 올해 50%로 내린뒤 매년 0.5%포인트씩 하향시켜 2028년 40%까지 하향시키는 현재 방식이 유지된다.

기초연금도 내년부터 지급대상을 하위 70%로 확대하고 지급액은 2028년까지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월액(A값)의 10%까지 확대하는 현재 방식을 고수한다. 기초연금 지급대상 범위는 하위 70%에서 80%로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그 시기를 확정하지 않아 정책의 구속력은 떨어진다. 한때 전국민 기초연금 지급 방식이 거론됐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대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중복수령은 금지시켰다. 기초연금을 받는만큼 국민연금에서 빼겠다는 것으로 가입자는 현재와 같은 금액을 받게 된다. 예컨대, K씨의 국민연금 수령액이 60만원이고, 기초연금으로 10만원을 받게 된다면 국민연금에서는 50만원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런 절충안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을 개정한지 얼마 안돼 새 정부가 또 바꾸려 한다는 '국민연금 개혁 피로감'이 국민들에게 퍼져 있고, 보험료를 인상했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보험료를 더 인상하기 힘든데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메꿔주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서도 재정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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