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100弗 유가 가져온 정신

[내일의전략]100弗 유가 가져온 정신

이학렬 기자
2008.02.12 16:59

거래대금 저조+기관 주식비중 90% "자신감 가져야 박스권 탈출"

코스피시장이 지난달 1700을 내준 뒤 3주째 박스권에 갖혀있다. 연휴전날 1700에 근접했지만 '1700을 넘겠구나'라는 자신감은 부족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반등했지만 반등폭은 제한적이었다. 모멘텀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뉴스도 나쁜 뉴스도 없다. 실제는 없고 실제에 대한 두려움만 가득하다.

두려움은 시장 활력을 죽였다. 5조원은 가뿐히 넘었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이제 4조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고객예탁금도 마찬가지다. 설 연휴이후 되돌아오긴 했지만 예탁금은 여전히 10조원을 밑돌고 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은 기관투자가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식형으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가장 수탁액이 큰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은 주식편입비중이 91.28%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성장형 펀드인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3의 주식편입비중은 90.18%로 간신히 90%를 넘어설 뿐이다.

들어오는 자금은 동시호가 때 비차익거래를 통해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소극적인 행보는 성장형 펀드의 인덱스펀드화를 가져왔다. 수탁액이 큰 공룡펀드나 그 이하의 중소형펀드들의 수익률이 모두 지수등락률과 비슷해졌다. 모든 성장형 펀드들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으니 수익률 차이가 날 리 만무한 것이다.

투자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정체는 '더 떨어질 수 있다'라는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지수가 더 떨어지면 두려움은 사라질까. 결코 아니다. 주가가 떨어져 1700이 깨지면 150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마치 더 좋은 컴퓨터가 더 싼 가격으로 나올 것을 기다리면서 컴퓨터를 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혹자는 '주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은 절대 주식을 살 수 없다'라고 말한다.

관망해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방향을 틀어야 매수세든 투매든 나온다. 어쩌면 투매가 방향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가격 매력이 강조되고 있다. '굿' 뉴스만 있으면 너도 나도 살 수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팀장은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관망하는 분위기가 팽팽하다"며 "자신감을 가져야 박스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했을 때 투자자들은 '곧 유가가 100달러를 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서로 원유선물을 사들였다. 그리고 결국 유가는 100달러를 넘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기게 한 주인공은 한 개인 트레이더의 최소 거래단위인 1계약이라고 한다. 명예욕이든 뭐든 그의 정신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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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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