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야심차게 진행해 온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발표'가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적으로 성적 조작이 확인되는가 하면 시·도교육청은 기다렸다는 듯 '인사상 불이익' 카드를 꺼내며 일선 학교를 윽박지른다. 평가의 본래 취지야 어떻든 교과부는 교육청을, 교육청은 학교를 때려 잡는 모양새다.
평가결과를 처음 발표할 때만 해도 안병만 장관의 기세는 등등했다. 16일 발표도 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본인이 직접 챙겼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는 말을 바꿔가며 교육청과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교과부는 발표 당일 기초학력 미달학생 해소방안으로 "2011년부터 학업성취도 향상에 따라 책무성을 묻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평가 연계, 교부금 차등 지급 등 구체적인 계획까지 소개했다.
바로 다음날에는 '전국 꼴찌'를 기록한 서울시교육청이 대책을 내놨다. 평가결과가 나쁜 교장·교감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교원평가제와도 연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20페이지가 넘는 이 자료는 교육청 단독으로 하루만에 만든 자료가 아니다. 교과부와 오래 전부터 사전 조율을 거친 뒤 탄생한 자료다.
그럼에도 안 장관은 24일 국회 교과위에서 '인사불이익' 정책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시도교육청이 굉장히 당황해서 좀 강한 정책이 순간적으로 등장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시도교육청이 정책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으므로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자료는 같이 만들어 놓고 책임은 교육청 혼자 져라는 소리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교장·교감 평가나 교원평가와 연계할 경우 특기생 시험배제, 성적 허위보고 등 부작용이 심할 것이란 우려는 교육청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그러나 의욕에 넘친 교과부는 이를 모두 묵살했다. 안 장관은 임실 사태가 터졌을 때도 모든 책임이 일선 교사와 교육청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난해말 사퇴설에 시달리던 안 장관은 1급들에 일괄사표를 받으며 난관을 돌파했다. 난관이 있을 때마다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위기를 모면하는 것은 조직 수장의 올바른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