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T 정일재 사장, '4G 1위' 반란 이끈다

LGT 정일재 사장, '4G 1위' 반란 이끈다

지영호 기자
2009.05.05 09:56

[머니위크 CEO In & Out]정일재 LG텔레콤 사장

이동통신시장의 절대강자SK텔레콤(98,100원 ▲400 +0.41%)과 KTF를 한 회사로 묶은 '통신공룡'KT(55,800원 ▼400 -0.71%)가 접전을 벌이는 틈바구니에서 웃음 짓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일재LG텔레콤(15,260원 ▼300 -1.93%)사장이다. 그가 취임 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올인 하다시피 한 3G(3세대) 데이터 서비스 ‘오즈(OZ)’가 모바일 인터넷시장에서 빅 히트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즈는 정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심혈을 기울여 만든 LG텔레콤의 신성장동력 서비스다. 휴대폰에서도 PC처럼 웹서핑이 자유로운 풀브라우징 서비스로 포털 접속에서 유저 인터페이스를 강화한 점은 경쟁사의 제품과 차별화된다.

정 사장이 오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난 1년간 오즈의 마법에 홀린 것처럼 오즈 관련 업무만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사장 자신도 취임 이후 3G 이동통신서비스 발표 전까지 17개월 동안 흔한 기자간담회조차 열지 않고 일에 매진했다.

이렇게 탄생한 오즈는 서비스 출시 1년 만인 지난 3월 말 62만7000명의 가입자를 기록했고, 4월 말에는 66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오즈의 선전은 실적으로 연결됐다. 정 사장 취임 이듬해인 2007년 1분기 영업이익은 690억원이었으나 2008년 1분기에는 899억원, 올해 1분기에는 1427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오즈 효과로 인한 가입자수 증가와 1, 2위 업체간 과다경쟁 속에서 마케팅비용 축소 등으로 내실을 다진 덕분이다.

모바일 인터넷서비스에서 사실상 지각생인 오즈가 히트를 친 데는 LG텔레콤의 과감한 가격정책이 주효했다. 그동안 음성통화에서 사용자의 이탈을 막는 방책으로 써왔던 저가정책을 오즈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

타사의 서비스가 2만원대 이상인 반면 오즈는 1GB 이용에 월 6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놨다. 경쟁업체는 꼴찌의 몸부림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SK텔레콤과 KT가 사실상 대중화에 실패한 영상통화에 사활을 거는 동안 LG텔레콤은 데이터 서비스에 올인 해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정일재 사장은 이 같은 LG텔레콤의 기민한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형식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룹 내에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이라는 ‘LG way'를 가장 잘 실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5대 그룹 내에서 최연소 전문경영인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능률 향상의 비결은 ‘직원 사랑’

정일재 사장이 만년 3위 LG텔레콤을 기세등등하게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해답은 그의 말과 행동에 숨어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정일재 사장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학자다. 수더분한 인상과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는 마치 인자한 교수 같다. 실제로 정 사장은 연구원 출신이다. 1990년 LG경제연구원의 전신인 럭키금성경제연구원에 입사한 이래 14년간 한우물만 팠다.

그러던 그가 ㈜LG의 경영관리팀과 브랜드관리팀 부사장을 거쳐 2006년 전장과 다를 바 없는 통신업계의 CEO로 변신했다. 주변에선 8년간 LG텔레콤을 이끌었던 남용 현 LG전자 부회장의 후임으로 온 만큼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정 사장은 이런 우려를 힘이 아닌 감성으로 제압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1페이지 보고서’다. 직장인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 중 하나인 보고서 작성을 핵심만 간단히 전달하게 하고, 보고서 작성에 쏟을 열정을 고객을 위해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단말기와 요금제, 제휴카드 설명 서비스인 ‘고객맞춤 컨설팅’은 그래서 생겨난 산물이다.

‘가족케어 프로그램’과 ‘자녀 출산 축하프로그램’도 감성을 자극해 효과를 거둔 경영사례다. 정 사장은 입학하는 임직원의 자녀들과 출산한 직원들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낸다. 자녀들에게는 학용품을, 출산한 직원에게는 미역을 선물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대리급 미만의 사원들과는 ‘톡톡, 런치타임’ 팀을 구성해 식사와 함께 의견개진을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다고 마냥 마음 좋은 CEO는 아니다. 챙길 때와 조일 때를 아는 CEO다. 정 사장은 오즈 출시 1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풍림화산(風林火山)’을 인용해 직원들을 독려했다. 정 사장은 "오즈가 기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기대에 미흡하다"며 직원들에게 바람처럼, 숲처럼, 불처럼, 산처럼 열정과 지혜를 발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꼴찌탈출의 열쇠는 ‘저대역 주파수 확보’

오즈를 순항 궤도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정 사장에게는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통신시장의 다음 라운드인 4G 이동통신 서비스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4G 서비스의 선결과제는 저대역 주파수 확보다. 정 사장이 목표로 삼는 ‘4G 통신서비스 1위’는 주파수 경쟁에서 승리한 뒤에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LG텔레콤은 음영지역이 많아 ‘통화품질 꼴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의 통화품질 불만은 창사 이래 한번도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10%대의 시장점유율에서 드러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LG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18%에 그치고 있다. SK텔레콤이 50.5%, 통합 KT가 31.5%다.

점유율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2000년 이후 미세하게나마 성장하던 점유율이 2007년 이후로 고정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화시장에서 답보상태인 매출액도 걱정거리다. 마케팅 집중도나 연구개발 투자비에 따라 영업이익에 기복이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매출액의 정체는 우려할 만하다. 매출액 정체가 통신업계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4G 서비스 선두를 꿈꾸는 LG텔레콤 입장에서 투자를 제약하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만년 3위의 반란을 꿈꾸는 정 사장이 또 한번의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한 출사표는 이미 던져졌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통신 양강 SK텔레콤과 KT의 어깨를 짚어야 하는 대단히 난해하고 어려운 전투다. 그래서 정 사장의 파이팅에 더욱 눈길이 간다.

◇정일재 사장 약력

-1959 광주광역시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오하이오 주립대 경영학 박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장

-LG 부사장, 경영관리팀/브랜드관리팀장

-LG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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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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