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데이트하다 나란히 누워요"

"우린 데이트하다 나란히 누워요"

이정흔 기자
2009.05.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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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NEO리조트①/ 마사지숍

[편집자주] 호텔보다 좋은 모델, 번호표를 받고 줄서서 기다리는 호텔, 리조트보다 좋은 펜션, 카페가 된 마사지숍…. 이런 식의 표현으로도 뭔가 부족하다. 쉬고, 놀고, 즐기는 것을 절묘하게 버무린 아주 새로운 형태의 퓨전형 놀이 공간이 뜨고 있다. 이른바 '네오 리조트'라 할 만하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한번쯤 '네오 리조트'의 '특별한 휴식'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집 근처 이마트에서 장을 본 후, 무거운 장바구니를 짊어지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어깨가 뻐근해져 온다. 한쪽 구석에 짐을 내려놓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매장 한쪽에 자리한 작은 가게가 눈에 띈다.

릴렉스숍. 도대체 뭐하는 곳이길 래 이름부터 ‘릴렉스숍’인 거지? 통유리 사이로 나란히 놓여있는 의자에 사람들이 등을 보이고 거꾸로 앉아있는 모습이 비친다. 마치 ‘네일숍’같기도 하고 ‘미용실’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카페’같은 분위기도 난다.

궁금증에 한참을 기웃거리다 빼꼼히 문을 열고는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에요?” “마사지숍이에요. 의자에 앉아서 어깨 마사지, 등 마사지 같은 거 받을 수 있어요.”

“여기가 마사지숍이야 커피숍이야?” 이마트에 들어와 있는 너무나 밝은 분위기의 마사지숍에 놀랐던 것이 불과 2~3년 전쯤의 경험이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압구정이나 강남역에만 가더라도 ‘피부관리실’이라고 써 놓은 간판의 수가 부쩍 늘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다가도 백화점 내의 마사지숍을 찾아 잠깐 쉬어가는 게 전혀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피부관리실은 시간 많고 돈 많은 특별한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다.' '마사지숍은 왠지 모르게 어둡고 음습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고리타분한 아저씨 소리를 들을 가능성 200%. 아로마테라피, 피부관리실, 마사지숍 등 왠지 모르게 거리감 느껴졌던 공간들이 이제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휴식 공간, '네오 리조트'형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피부관리실에서 계모임하고, 마사지숍에서 데이트하고

“여자친구 생일입니다. 특별한 데이트 장소를 찾고 있는데 케이블 TV <아찔한 소개팅>에 나왔던 스톤테라피 해주는 곳이 어딘가요?”

“홍대 근처에 피부관리실 괜찮은 곳 없나요? 오랜만에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들어오는데 같이 가서 피부관리 받으려고요.”

“압구정에 OOO 마사지숍 어떤가요? 이번 주말에 여고 동창들이랑 모이기로 했는데 마사지 받기로 했거든요. 우리 엄마는 계모임에서 받아 봤는데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가격이 좀 비쌀 거 같아서요. 이용해 보신 분들 후기 부탁해요.”

다음 카페 ‘아이 러브 마사지 앤 에스테틱(http://cafe.daum.net/goodmasamo)’에 올라온 글들이다. ‘어디는 가격에 비해 서비스가 약하더라’ ‘어디는 마사지 전에 족욕을 할 수 있어서 남자친구와 함께 가면 데이트하기 그만이다’ 등의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후기가 상세히 올라와 있다.

이 카페에 올라와 있는 업소들만 살펴보아도 ‘온천 테라피’ ‘스톤 테라피’ ‘족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 대다수. ‘일본 스타일 아로마테라피’에서부터 ‘남자친구와 발 마사지 받으면서 비디오를 볼 수 있는 곳’ 등 이색적인 분위기나 서비스를 앞세우는 곳도 있다. 추천 업소 목록과 함께 각 업체별로 할인 정보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다양해진 분위기와 서비스만큼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등이나 얼굴 등의 부위를 관리 받는데 한번에 7만원에서 10만원 정도의 고가에서부터 2만원에서 3만원이면 관리가 가능한 저가형 프랜차이즈 피부관리실까지 다양하다. 보통 한번 이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체어마사지숍 등은 관리 비용이 1회에 7000원 정도로 더욱 저렴하다. 대신 시간은 20분 정도다.

취업준비생인 김윤애(26) 씨는 “마사지 받고 색다른 분위기도 즐길 수 있으니 요즘엔 친구들을 만나서도 마사지숍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스트레스 풀고 친구와 함께 얘기도 나눌 수 있으니 시간 활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토탈케어' 리조트 산업으로 발전

마사지숍에 가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14일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피부관리실 피부천사. 아줌마들 몇몇이 옹기종기 커피를 홀짝이며 수다를 떨고 있다.

6살 난 딸아이를 둔 최정연(34) 씨는 종종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최씨는 특히 관리를 받는 동안 직원들이 아이를 직접 돌봐주는 것이 장점이란다. 박우진 과장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관리실을 자주 찾지 못하는 이들을 배려하다 보니 아이를 직접 돌봐 주는 서비스도 자연스레 하게 됐다”고 말한다.

특이한 점은 ‘여자들만 오는 곳’이라 생각하기 쉬운 이곳에 남자들도 의외로 눈에 띈다는 것. 박 과장은 “남자 손님 대부분이 커플이거나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는데 그 다음엔 혼자서도 관리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그는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인테리어도 새롭게 바꿨다”고 덧붙였다. 커플들이 데이트를 즐기기 좋은 2인실, 친구 여럿과 함께 수다를 떨며 피부관리를 받을 수 있는 방 등을 마련해 놓았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노인을 위한 서비스나 공간을 기획 중이라고 한다. 지금도 부모님들을 위한 효도 선물로 10회권 등을 끊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박 과장은 “마사지를 기본으로 하는 서비스의 특성 상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 연령대와 성별을 타깃으로 한다기 보다는 남녀노소 모두가 언제든 편히 들러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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