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경제학자란 직업이 왜 생겼을까?
A: 기상 예보관이 더 잘 맞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Q: 경제학자들은 무슨 일을 할까?
A: 단기적으로 많이, 그러나 이 일이 장기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다
Q: 경제학자에게 전화번호를 물어 보면?
A: 추정치를 가르쳐 준다.
경제학자에 관한 조크이다. 경제학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미래를 잘 예측하지 못하는 학자들에 대한 투정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학계의 사전경고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학자 자신들도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경제와 금융시장에 관한 첨단 분석의 틀을 가진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조차 불과 1년 전에만 해도 예보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의 99% 이상이 적정 수준의 충분한 자본금을 갖췄거나 이를 초과하고 있다고 엉터리 판정을 하고 임박한 위기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이번 경제위기의 파장은 경제학자들의 예측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도의 微風에 그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의 동력을 보는 관점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시장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즉 자본시장의 과도한 행위로 많은 사람이 가난해졌다'는 분노의 메아리가 세계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 옛 소련의 붕괴이후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표방돼온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 자정기능에 경제를 맡겨 두면 ‘만사 오케이’라는 사고의 흐름이었다. 신자유주의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의 말 대로 ‘개인의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경제행위를 조정해가는 경쟁적 자본주의의 꽃’이 만개했고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됐다. ‘시장 우선, 규제 나중’의 대세는 서론과 본론에서는 침체 없는 성장을 세계에 가져다 주는 듯 했지만 금융시장과 경제의 파국적 붕괴로 막을 내리는 양상이다. 위기의 여파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에서만 3천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거리를 배회하게 됐으니 ‘붕괴’라는 표현이 과하다고 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위기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은 일단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경기부양 노력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선도해온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환을 가져올 큰 흐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운전대를 잡아 온 시장에 ‘보이는 정부’가 동승자로 탑승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운전대의 절반을 같이 쥐고 가는 시스템적 변화가 잉태되고 있다. 자율과 개방의 목소리보다는 규제와 감독의 견제장치가 전면에 나서는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정부가 금융회사 CEO의 급여수준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물론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금융파생상품의 규제를 위해 거래소 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파생 상품 회사들은 로비가 필요 없다. 그리스펀이 말 안 해도 알아서 뒤를 다 봐주고 있으니까'라는 금융회사들의 조롱 섞인 자만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 같다.
더 큰 틀에서는 은행과 증권의 장벽을 허문 지난 1999년의 금융서비스현대화법 체제를 폐지하거나 크게 손질하자는 논의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업의 무단질주로 은행마저 망가지게 된 마당이니 아예 다시 두 업종을 ‘이혼’시켜 과거 ‘銀證분리’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워낙 파급력이 큰 논의여서 진행과정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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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정책도 유턴할 조짐이다, 미 법무부의 크리스틴 바니 반독점 담당 차관보는 최근 부시 전 행정부가 독과점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여 왔다고 비난하고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속하게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벌써부터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등 대규모 IT기업들과 월 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 EU가 지난 14일 인텔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8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미국의 정책적 기류 변화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결국 그 동안 자본주의의 골격이 시장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선 ‘규제 중심의 제한적 시장주의’가 이를 대체할 전망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직면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의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독자노선을 걷는 길이다. 미국이나 영국이야 고삐 풀린 시장의 ‘뜨거운 맛’을 보고 규제로 회귀하는 것이지만 제대로 규제 한 번 활짝 풀어 본 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기존의 규제개혁 정책을 지속 추진해 ‘한국적 자본주의 모델’을 새로 세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 때 그들을 추격하는 기회로 삼자는 입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어차피 우리가 추구해 온 게 영미식 신자유주의였고 그 비극적인 종착점을 알게 된 만큼 불가피하게 궤도수정을 해 나갈 수도 있다. 시장 자율의 역기능에 대해 반성하고 정부의 역할에 대한 관점의 재정립해 지금보다 시장과 민간의 역할을 줄이고 정부의 선도 및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어떤 입장을 취하든 이 시점에서 우리 내부에 이에 대한 진지하고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생존을 위한 자본주의의 대변신 필요성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진행 중인 서구와 달리 우린 위기에 대한 민감도가 좀 덜해서 인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다.
사실 미국과 영국이 ‘규제 자본주의’로 돌아서면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나라들 어디를 둘러봐도 신자유주의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러면 시장의 부작용을 강력히 견제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가 태동하게 될 텐데 G20 회원국인 우리가 이런 세계적 흐름과 떨어져 ‘홀로서기’가 가능할까? 각국 정부가 숨 넘어 가는 자국산업의 회생을 지원하고 나섬으로써 개방을 주축으로 한 WTO체제가 무너진 마당에 새롭게 탄생할 세계무역 질서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변화의 와류 속에서 한국경제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시장 중심 노선의 고수인가 효율적이고 투명하고 존경받는 ‘새 관치’의 부활인가?
이런 이슈들에 대해 선제적 논의가 진행돼야 세계적 조류 변화 속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문제들에 대한 응급책을 마련하는 데 매몰되지 말고 10년, 20년 후 국가의 미래를 보는 ‘큰 관점의 성숙한 논의’가 늦기 전에 본격화돼야 한다. 분명한 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