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일 사이에 3차례나 은행에 들렀다. 일명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과 신용카드 재발급을 위해서였다.
인터넷뱅킹으로 예금 잔액을 확인하고, 돈 찾는 것은 자동인출기를 주로 이용하는 터라 은행 창구는 꽤나 낯설게 느껴졌다. 이런 느낌을 준 것은 오랜만의 방문 탓은 아니었다.
은행이 돈을 맡기러 오는 고객을 흔쾌히 맞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기 광풍이라는 만능 통장을 권한 이 에게서도 "2만원 정도 씩만 넣으시고 몇차례 넣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이번만이 아니라 은행에서 "좋은 상품이 있으니 꼭 돈을 맡겨주세요"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목돈 마련에는 역시 펀드죠" "물건값 깎아주는 카드가 있습니다" "싼 이자로 대출해 드립니다"라는 말은 시도 때도 없이 듣는 것과 반대다.
언젠가부터 은행들은 예금은 뭉칫돈만 우대하고 적금에 가입하러 온 사람에게는 펀드를 권했다. 한국은행 게시판의 '절약하여 가계안정, 저축하여 나라안정'이라는 빛바랜 구호의 예외는 은행부터 시작된다. 소액예금은 돈이 별로 되지 않는 찬밥신세랄까.
하지만 은행들이 홀대해온 소액예금은 자신들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어려워진 것은 대출이 부실화된 탓도 있지만 예금에 의존하기보다 채권(은행채, 후순위채) 등에 매달리며 조달금리가 올라간 영향도 크다. 싼 원자재(저원가성 예금)는 증권·운용사에 넘기고 비싼 것들만 고집스레 사다쓴 것이다.
푼돈을 모아 큰돈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줄어들었다. 은행들도 돈을 받아 돈을 벌기보다 돈을 빌려주고 남의 물건을 팔아줘 몸집 불릴 궁리만 하고 있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해주고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어릴 적부터 배워왔다. 매달 1000원 남짓한 돈을 넣어 2년여 만에 3만원을 받아들고 큰 부자가 된 것처럼 느낀 초등학생 때부터 말이다.
돼지저금통을 들고 갈곳 몰라하는 고사리손이나 땀에 밴 전대 속 꼬깃해진 지폐를 모으는 이 모두에게서 은행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속담에 불과할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