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환자 유치 수수료 '부르는게 값'

외국인환자 유치 수수료 '부르는게 값'

최은미 기자
2009.05.29 10:00

[기획]의료관광, 급히 먹다 체한다<上>

#"외국인환자 100명 보내줄테니 1000만원만 선불로 주세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원장은 얼마 전 '이상한' 제안을 받았다. 1년 안에 외국인환자 100명을 보내줄테니 수수료 일부를 선불로 달라는 요구였다. 현지에서 환자를 모집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협조하라는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외국인환자 1명당 수수료를 몇% 나 줄 수 있냐는 문의전화는 하루에도 수십통 걸려온다. 필리핀이나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직접 전화가 오기도 한다. "이웃 병원은 30%까지 줄 수 있다고 했다"며 협상을 제안하는 사람도 만났다. 경기침체로 경영이 어려워 환자 1명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선뜻 내키기 않는다. 수수료를 선불로 줬다 떼였다는 병원 얘기도 들린다.

↑일본 현지에서 사용될 한국의료관광상품 홍보물.
↑일본 현지에서 사용될 한국의료관광상품 홍보물.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수수료를 주고 외국인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행위가 가능해지면서 초기 시장이 혼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치료비의 절반에 가까운 수수료를 요구하는 유치업자가 있는가 하면 자격미달 유치업자가 판을 치는 등 시장이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수료 횡포다. 적정한 수수료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치료비의 절반 가까이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역삼동 모 성형외과 관계자는 "치료비의 20%부터 40% 넘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업자들의 전화가 수십통씩 온다"며 "정부는 외국 사례에 비춰 10~15%가 적당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권고일 뿐 아직 부르는게 값인 상황이라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수수료 횡포는 치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한국 의료관광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같은 수수료 횡포에 정부는 의료기관이 말려들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경영난을 겪는 의료기관들이 이같은 요구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높은 수수료를 주고서라도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 의료기관 입장에서 당장은 이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원 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헬스케어비즈니스센터장은 "말도 안되는 요구지만 경영이 어렵다보니 휘말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병원에 상식을 넘는 수준의 수수료는 주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고' 이외의 대처는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무자격자가 판치는 것도 큰 문제다. 정부는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외국인환자 유치업자는 무조건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고 정했다. 등록하려면 1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하고 1억원 이상 보증보험에 1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유치업자 등록 접수업무를 맡아 하고 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헬스케어비즈니스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등록업무가 시작된 이후 12일까지 신청한 유치업자는 스타팍스를 포함해 7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여행업을 하던 교포들이 '보따리 장사' 식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현지 인맥을 바탕으로 환자를 보내준 뒤 수수료로 돈을 벌어보려는 개인들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미등록 유치업자가 의료기관과 거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의료기관 역시 미등록 업체와 거래하면 의료법에 의거해 처벌받는다. 양측이 서로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서로 눈을 감아주고 음성적으로 시장이 형성된다면 일일히 찾아다니며 적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우려가 확산되며 유치업자들 사이에서는 대한의료관광업협회(가칭)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수수료 가이드라인 마련은 물론 시장이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율정화한다는 차원이다.

우봉식 대한의료관광업협회 준비위원장(닥스투어 대표. 한양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은 "일부 수수료를 높게 요구하는 업자들로 인해 초기에 유치업자 모두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의료윤리나 각종 법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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