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하면 똑똑해진다! ‘넛지’(Nudge)

참견하면 똑똑해진다! ‘넛지’(Nudge)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2009.08.12 16:30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시청자 여러분, 우리는 매일 매일 많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갑니다. 주식 투자 하시는 분들은 가지고 있는 종목을 계속 보유할까 팔까, 어떤 종목을 살 까 마음 결정을 하셔야 하고 핸드폰을 바꾸고 싶으신 분들은 어느 회사 제품을 살 지 등에 대해 판단을 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름대로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크게 보면 경제학이란 학문은 개인과 기업 같은 경제 주체들이 주어진 여건에서 이성적이고 최적의 결정을 내린다는 전제 아래 다양한이론을 풀어 나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항상 합리적인가요? 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휩쓸면 앞뒤 가리지 않고 주식을 내던지는 투매양상, 역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미망아래 집값 버블을 키우다 결국 낭패를 보고 만 경우 등은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설에 큰 도전을 합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청와대 전 직원에게 돌렸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 넛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 시키고 대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와 법학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이 쓴 이 책은 사람이 편견으로 인해 체계적으로 잘못된,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똑똑한 결정을 할 있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두 저자는 이를 넛지, 즉 자유주의적 개입이라고 부릅니다. 넛지(Nudge)는 사전적으로 ‘슬쩍 옆구리를 찌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유익한 참견을 한다는 말이지요.

먼저 우리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사례. 사람들은 입수가능한 정보에 근거해 판단을 하는 데요. 뉴스에서 살인사건에 대해 많이 듣다보니 자살로 죽는 사람보다 타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못된 믿음이지요.

연속해서 슛을 농구 성공시킨 선수가 다음 번 슛도 넣을 확률이 높다는 경기 해설자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지요. 그런데 실제 통계를 보면 세 차례의 슛에서 80%의 성공률을 보인 선수들도 이후 슛에서 관중들에게 환호를 받을 확률은 55%로 뚝 떨어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 즉 넛지는 무엇일까요? 사례 중심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남자 화장실은 항상 변기 주변에 소변이 흘러내리는 점이 문제지요, 그런데 네덜란드 암스테스담 공항의 남자화장실 소변기에는 중앙에 검정색 파리가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남성들이 이 파리를 조준하다 보니 변기 주변이 깨끗해졌다고 합니다. 사소한 변화가 남성들의 행동양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지요

다음은 장기 기증의 경웁니다. 장기 기증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습니다. 직접적으로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이 적은 탓도 있지만 기증의사를 밝힐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몇 개 주에서는 운전면허 등록 시 기증의사를 표시하게 돼 있습니다. 아예 설문조사서를 보내 부정적 답변을 주지 않은 사람은 장기 기증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요금과 수수료 체계를 알 수 없어 소비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휴대폰 요금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인데요, 다른 회사와 비교하기도 쉽지 않고 소비자 자신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정보 공개를 확대해 휴대폰 회사들은 연긴 휴대폰 이용대금 고지서를, 신용카드 회사들은 수수료와 연체이자를 포함한 연간 사용 내역서를 우편으로 보내고 온라인 파일로도 보낼 것을 의무화하자고 제안합니다.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공급으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자는 겁니다.

이 책이 주장하는 넛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는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을 신뢰하는 자유주의와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는 개입주의의 중간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는 존중하되 정부는 살짝 참견만 해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자는 겁니다. 요즘 화두가 된 중도 실용주의의 정신이 이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대통령의 책 선물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것 아닐련지 궁금해집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