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투자자, '손실탈출' 4가지 대안

아파트 투자자, '손실탈출' 4가지 대안

지영호 기자
2010.07.22 10:11

[머니위크 커버]재테크 출구전략/ 아파트 투자

“영희 엄마, 이번에 XX신도시 XX아파트 분양한다던데 같이 안 갈래? 지난 번 순이 엄마 바로 옆에 OO아파트 당첨됐는데 피가 벌써 1억원이나 붙었대.”

한창 좋았다. 자고 일어나면 몇천만원씩 뛰고, 분양만 받았다 하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던 시절이었다. 옆집 순이네도 앞집 철수네도 신도시로 새 집을 얻게 됐다고 자랑했다.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대출부터 알아봤다.

길은 넓었다. 어떤 은행을 가도 집을 산다고 하면 수억원 쯤의 대출은 어렵지 않게 빌릴 수 있었다. 심지어 주택 가격의 5%만 있어도 집을 사는 것이 가능했다. 발품을 팔 필요도 없었다. 건설사에서 중도금 이자도 대신 내주겠다며 알아서 대출을 알선해 줬다.

일단 질렀다. 내 돈 들이지 않고 집 한채 살 수 있으니 차 한대 사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다. 설령 입주 때까지 돈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팔아버리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2~3년 뒤면 분양 때보다 적어도 몇천만원은 뛰어있을 테니까.

꿈을 꾸었다. 입주 때가 되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해 잔금을 치르고 수억원을 어떻게 굴릴까 궁리했다. 평소 관심도 없던 재테크 기사에 눈이 한번씩 더 갔다. 아파트 분양 현장에 괜히 기웃거리는 것도 주말마다 누렸던 취미 중 하나였다.

불과 2~3년 전까지 벌어진 한국의 일면이다. 2년마다 치르는 전세란에 이삿짐을 꾸려야했던 서러움과 나보다 결코 잘나지 않은 옆집 아줌마가 부동산으로 수억원을 몇달만에 벌어들였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전국을 아파트 투기시장으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꿈은 일장춘몽이 됐다. 가격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아파트시장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에 대해 조정국면이나 부동산 불패신화를 되뇌며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슬슬 주변에서는 자금 압박에 못 이겨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말렸다. 아직 이르다고.

무리한 대출로 아파트를 산 투자자가 선택한 것은 버티는 것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회복세는 돌아오지 않았다. 본전 생각이 났을 법 했다. 없던 오기마저 발동해 추가 대출로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어느덧 당첨된 아파트의 입주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상황은 위급해졌다. 분양 당시보다 2억원 이상 가격이 빠진 곳도 나왔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기존 주택도 예외가 아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도 연초에 비해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당장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마련해야 할 돈은 없는 셈이다. 갈 곳을 잃은 아파트 투자자에게 선택의 길은 없는 걸까?

◆ 입주 부담... 애물단지 분양권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첨될 때는 좋았는데 막상 입주를 앞두고 나니 나오는 것은 한숨이요 느는 것은 담배뿐입니다. 사장님 제 집 좀 팔아주세요.”

“입주하려던 아파트가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2억, 3억씩 가격이 낮아요. 게다가 건설업체가 이번에 부도가 나서 떨어진 가격이 회복될 것 같지도 않고. 그냥 계약포기서를 작성해야 할까봐요.”

한 부동산 컨설팅 대표가 최근 상담한 사연들이다. 고양 덕이지구 S건설사 아파트의 경우 3000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붙었다며 하소연이다. 기존 주택을 처분해 분양 아파트의 잔금을 해결하려 했던 계약자들은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고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는 주변 시세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는 이와 같은 사례의 상담 건수가 1주일에 서 너 건씩은 된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은 투자자의 이자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이야기다.

대안1. 분양권 해지, 손실 크지만 어쩔 수 없다

분양을 받아 계약한 투자자 가운데 기존에 살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입주가 어려운 경우 해법은 없을까?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을 통해 의견을 들어본 결과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몇가지 안된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분양권 손절매다. 이 경우 마이너스 프레미엄의 '금깡통 분양권'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기존 주택을 값싸게 처분하는 것이다. 거래 실종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계약을 성사시키려면 상상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마땅한 해답은 없지만 꼭 해답을 찾아야 한다면 우선 다주택자는 위약금 물더라도 분양권을 해지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시세에 비해 가격이 2억~3억원씩 높다면 차라리 손절매가 낫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분양아파트를 포기해서 생기는 손실이 생각보다 크다는데 있다. 함 실장은 “초기 계약금이 정액제인 곳이 많았는데 분양가의 5%, 혹은 1000만~2000만원, 단돈 500만원에 계약해주는 곳도 있었다”면서 “계약 해지조건은 분양가의 10%를 위약금으로 냈을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5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했다면 5000만원의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또 “일부에서 명의 이용료를 지불해서 바지 계약자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대안2. 가격전망에 따라 던질 곳과 잡을 곳 선택한다

궁극적인 해답은 투자가치가 높은 쪽을 손에 쥐고 가격 상승 압력이 낮은 곳은 놓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시장이 호황기에 있을 때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곳을 선택하고, 반대쪽은 과감히 손절해야하지 않겠나”라며 “최근 공급이 많았던 지역은 우선 손절 대상”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공급물량이 넘쳤던 수도권 주요 단지들은 가격 상승의 압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

이를 잘 이용하면 지금 같은 시장에 역 갈아타기로 승산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양 팀장의 견해다. 공급물량이 넘친 지역의 아파트를 매우 싼 가격에 처분하고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도심권 소형 빌라 등으로 집을 좁히는 방법이다. 예컨대 파주의 100㎡(30평형)가량의 아파트를 3억원에 매각한 뒤 한강변의 3.3㎡당 8000만원짜리 20㎡의 지분권이 있는 빌라에 들어가는 식이다.

대안3. 부양책 나올 때까지 조금 더 버틴다

전문가들이 아파트 투자자에 대한 해법을 선뜻 내놓지 못하면서도 ‘잠시 대기’ 전략에는 공통적으로 공감했다. 대출 부담이 극에 이른 경우가 아니라면 최대한으로 끌고 갈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더 불리하게 흘러가고 이자 부담이 한계에 이른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겠나”라며 “그래도 여건이 된다면 가을 성수기까지는 버텨 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거래가 더 줄어든다는 부동산업계의 목소리가 정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약발이 먹히지 않은 4·23 부동산대책의 후속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된다.

함 실장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부동산거래활성화 대책이 나올 수 있으므로 좀더 상황을 기다려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면서 “내용은 다소 엇갈리지만 기존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만 해당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초과 대출’을 다주택자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4. 입주 분쟁, 소송보다는 협의로 푼다

‘단결 투쟁’

‘강경 투쟁, 입주를 거부한다’

1980년대 대학가나 노동현장에서 봤을 법한 단어들이 등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다. 주요 포털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장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속속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은 주로 경기도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다. 용인 성복지구를 비롯해 파주 운정지구, 화성 동탄신도시, 고양 식사지구 등 수도권 곳곳에서 입주 거부를 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곳이 넘쳐난다.

고양 식사지구의 X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13일 1800여장의 탄원서를 기획재정부 장관 등 7개 유관기관에 보내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영종자이의 무더기 계약해지 통보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영종자이 계약해지 사건은 GS건설이 분양대금 미납자 429가구에 대해 무차별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계약 해지자들이 분양가의 10%를 위약금으로 문 사건이다. GS건설은 1300억원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계약 해지로 인한 금융비용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 일부 입주예정단지의 커뮤니티에서는 금융비용부담이 가장 큰 이유임에도 부실시공 등을 이유로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업체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조 팀장은 “감정적 대응은 양쪽 모두 손실을 보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을 통해 원만하게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함 실장 역시 “기존 판례를 보면 분양대금을 깎아달라는 입주 예정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본질에서 벗어난 문주나 조경 변경 등을 요구하기 보다는 입주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한다든지 이자관련 혜택을 늘려달라는 식의 솔직한 요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설업체도 계약 해지로 인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곡소리와 함께 등장한 금깡통 분양권

요즘 부동산시장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곡소리가 난다는 말이 적합할 듯싶다. 중개업자는 거래가 없어 울상이고 아파트 매도 대기자는 집이 팔리지 않아 한숨이다.

그중 제일은 수도권 분양권자다. 입주하자니 잔금 마련과 중도금 이자부담에 결국 분양권을 되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냥 파는 것도 아니다. 수천만원짜리 분양권을 넘기면서 웃돈까지 얹어주는 소위 ‘금깡통 분양권’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고양 식사지구다. 식사지구의 A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는 현재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계약금 포기와 함께 3000만원을 얻어줘야 전매가 가능하다.

금깡통 분양권이 등장한 신도시 대부분이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전이자 소위 아파트 활황기의 끝물이라고 할 수 있는 2007년 말에 분양을 시작한 곳이다. 당시 분양가격이 비교적 높았고, 분양 이후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져 오면서 분양가격과 주변시세의 간극이 넓어진 매물이다.

하반기에는 고양 식사·덕이지구를 포함해 용인, 광명, 파주 교하 등 신도시의 대규모 입주러시가 예고되고 있다. 닥터아파트가 발표한 올 하반기 경기권 신도시 물량을 보면 고양시가 1만2887가구로 가장 많고, 뒤이어 용인시 6361가구, 광명시 4767가구, 파주 교하 4727가구 등이다. 이는 금깡통 분양권 같은 곡소리 날 법한 현상이 이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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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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