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기업 상생과 관련한 우울한 상상

[현장+]대기업 상생과 관련한 우울한 상상

진상현 기자
2010.08.02 11:15

지난 한주 우울한 상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상상1=00년00월00일. 외교통상부 김 과장은 잇따르는 통상 분쟁에 대응하느라 여념이 없다.포스코(353,500원 ▲7,000 +2.02%)가 제품 가격을 인하한 배경에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일본 미국 등 경쟁국들은 포스코 제품을 사용한 한국 기업들에 대해 사실상 '정부의 보조금'을 받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상상2=00월0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워런 버핏이 보유 중이던 포스코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버핏이 "이익이 많이 나면 국가에서 나서 제품 가격을 인하하도록 종용하는 기업의 주식은 투자 메리트가 없다"고 매각 배경을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버핏 외에 다수의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포스코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30일 정부가 대규모 이익을 낸 포스코에 "철강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의 일부 미확인 보도를 접하고 든 생각이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실제로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면 위와 같은 상상 속의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철강 제품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조선, 각종 전자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강제적인 납품 단가 인하가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면 언제든 전 세계 경쟁사들의 공격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 주주들에게도 용납하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해서 수요 공급 등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제품 가격을 내려야 한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가치는 대폭적인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

부작용과 비판을 무릅쓰고 가격을 내리게 했다손 치더라도 '대기업 이익 공유' 라는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지도 미지수다.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선박을 건조하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전자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포스코의 주요 고객이다. 제품 인하 혜택이 모두 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대기업의 납품 단가 문제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이처럼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단순히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해서 "납품 단가를 내려야 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풀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자칫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번 일은 해당 발언을 한 정부 관계자와 포스코의 적극적인 부인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이 그럴싸하게 나돌고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우려스럽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이익 보다 거래 업체들과 '윈윈'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 정부도 이런 논리를 내세운다. 문제는 정부가 하나의 잣대만 갖고 '일방통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기업들도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섬세하고 유연한 접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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