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 장세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면 최근 뉴욕 증시를 보면 된다. 뉴욕 증시는 최근 며칠간 쭉 뻗어나가다 잠시 숨을 고르며 힘을 비축한 뒤 또 다시 도약한다. 이런 식으로 지난 11월 중순부터 산을 타듯 우상향해왔다.
별다른 악재가 없는 가운데 그나마 뉴욕 투자자들이 조심스럽게 보는 것이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전날(16일) 뉴욕 증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가능성 일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RB는 물가 상승 압력이 내년까지 계속 낮게 유지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 지수는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없었다.
◆CPI로 또 다시 인플레 테스트..큰 문제는 없을 듯
17일 뉴욕 증시는 다시 한번 인플레 테스트에 도전한다. 15일 1월 수입물가, 16일 1월 생산자물가에 이어 17일엔 1월 소비자물가다. 투자전문 사이트 더스트릿닷컴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강세론자들이 겁을 집어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오전 8시30분에 CPI가 발표된다며 "인플레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박 관념으로 인해 개장 전 CPI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라며 "CPI는 전월비 0.3%,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비 0.1%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날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비 0.8%, 근원 PPI는 0.5% 상승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증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피어폰트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스탠리는 "1월 PPI는 한두 분야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생산자물가 압력이 소비자물로 전이될지 1월 CPI를 통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무라 아메리카의 국채 전략가인 조지 곤캘브스는 PPI 상승이 CPI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PPI와 CPI 사이에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물가 상승 압력을 소비자 물가에 전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원가 상승 부담을 소화하고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않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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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수당 신청건수 개선 추이도 중요
인플레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되는 이벤트는 90억달러 규모의 30년물 물가연동채권(TIPS) 입찰이다. TIPS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채권의 원금을 보전해주는 채권이다. TIPS의 입찰 수요를 보면 채권 투자자들의 인플레 인식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간인 오전 8시30분에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도 공개된다. 지난주에 발표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2년만에 최저치로 나타나 고용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노무라 아메리카의 곤캘브스는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지난주에 이어 개선 추세를 계속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채권시장의 방향성은 일자리 창출과 인플레 추이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오전 10시에는 1월 경기선행지수와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2월 경기지수가 발표된다. 전달 경기 진단보다는 이달 필라델피아의 경제 활동에 투자자들은 더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실리콘밸리 CEO들과 회동
장 중에는 워싱턴에도 잠깐씩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오전 10시에 상원 은행위원회에 참석해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 대해 증언한다.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는 신용카드사 등의 거래 수수료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2012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한다. 미국의 국채 발행 한도 확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3월말이면 부채 규모가 국채 발행 한도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에서 국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추가로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게 된다. 가이트너 장관은 세계 제 1의 경제대국이 일시적 디폴트에 빠질 수도 있다고 심각하게 경고하지만 의회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개장 전에 아파치, PG&E, 듀크 에너지, 닥터 페페 스내플, J.M. 스머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장 마감 후에는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클리어와이어, CF 인더스트리즈 등의 실적이 공개된다.
개장 후에는 또 다른 빅 이벤트도 기다리고 있다. 최근 기업인들과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기술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미국 서부에 자리한 기술기업 리더들은 다른 지역 기업인들보다 오바마 행정부를 좀더 지지하고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는 여당인 민주당의 정치자금 조달 근거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재선 도전을 위해서는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아야 하는 지역이다.
◆한국만 호들갑 떠는 잡스 건강악화설..의문 풀릴까
ABC방송은 오바마 대통령 주최 행사에 병가 중인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쟁쟁한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타블로이드 가십 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지는 잡스의 핼쑥한 사진을 게재하고 의사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6주밖에 못 살 것 같은 사람의 모습”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외 인터넷 가십 사이트들은 이 기사를 받았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 마켓워치, CNN, CNBC 등 주요 언론들은 슈퍼마켓이나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과장과 가십, 루머 투성이의 ‘내셔널 인콰이어러’지 보도를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구 반대편 한국 언론들만 너나없이 “잡스, 병세 악화..6주일밖에 못 살 수도” 등 센세이셔널한 제목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할 때 잡스가 참석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은 물론 장 중에 애플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주목의 대상이다.
하지만 정작 더 궁금한 것은 애플 주가가 미국 주요 언론들의 반응처럼 ‘내셔널 인콰이어러’지 보도에 무덤덤하다면, 정작 미국의 가십 기사에 일희일비 호들갑을 떨었던 한국 언론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쨌든 애플 주가는 내셔널 인콰이어러지가 판매되기 시작한 16일에 0.83% 떨어졌을 뿐이고 시간외거래에서는 오히려 0.9% 올랐다.(애플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아울러 덧붙이자면 오바마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길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에 들를 계획이다. 인텔의 홍보 담당자인 척 멀로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텔 본사에 방문해달라고 초청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인텔 CEO 폴 오스텔리니와 함께 인텔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