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첫 제물' 아이슬란드 다시 일어나다

'금융위기의 첫 제물' 아이슬란드 다시 일어나다

권다희 기자
2011.02.28 14:02

은행에 공적자금 투입 대신 파산 허용…국가부채 부담 덜어

유럽국가중 가장 먼저 금융위기의 먹이가 돼 국가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아이슬란드의 경제가 회생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기 개선의 빛이 뚜렷해지고 위기의 진원이던 은행권의 경영도 정상화 되고 있다.

이와함께 부실 은행에 공적자금을 수혈하는 대신 파산을 택했던 아이슬란드식 '혹독한' 위기 처방전도 주목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반대로 처방했던 아일랜드가 아직도 위기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이슬란드 은행권 버블이 터진 건 2008년 10월이었다. 2007년 경 고조되기 시작한 미국 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가 대외채무도가 높았던 아이슬란드 금융권을 강타하며 신용경색에 휩싸인 3대 은행이 일제히 파산 위기에 처했다. 그해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 파산이후 채 한 달도 안돼 일어난 일이다.

당시 아이슬란드 은행 자산은 아이슬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1배인 2090억 달러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은행위기 당시 아이슬란드 3위 은행 글리트너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아르니 토마슨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 정부가 예금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고객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들었고 은행 금고는 텅텅 비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예금자, 채권단, 은행 할 것 없이 모두가 패닉 상태였으며, 당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사태가 정상화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 뿐 이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로 아이슬란드 화폐 크로나 통화가치는 2008년 11월까지 58% 하락했다. 2009년 1월 인플레이션은 19%로 치솟았고 그 해 GDP는 7% 급감했다. 결국 아이슬란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도움을 받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게이르 하르데 전 총리는 국가부도 사태를 야기했다는 이유로 의회에 기소 당했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던 아이슬란드 금융권이 최근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드러내고 있다. 법안을 통해 만들어진 3개의 새로운 은행들은 지난해 1월~9월 3억900만 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상점에는 크리스마스 쇼핑객들이 북적였고, 은행 지점에는 고객들이 가득 찼다. 불과 2년 전의 절망적인 상황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금융권 회복과 함께 경제 전반 회복세도 눈에 띈다. 2009년 8.5% 감소했던 GDP는 지난해 3분기 1.2% 늘어나며 2년 만에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도 2.5%로 완화됐고, CDS도 80% 급락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아이슬란드 정부는 도산 위기에 놓인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미국, 아일랜드 등과는 다르게 부실은행들을 법정관리에 두는 방안을 택했다. 납세자들의 돈 대신 채권자들이 은행 부실의 책임을 지게 한 것이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2008년 10월 글리트너, 랜즈방키, 카우프싱 등 3대 은행을 국유화했다.

국유화 후 아이슬란드 정부는 은행 채권단과 협상을 벌였다. 채권단의 대부분은 미국과 영국의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유럽 은행들과 연기금 등 아이슬란드 외부 투자자들이었다. 이와 함께 아이슬란드 의회가 제정한 긴급 법안에 따라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자국 부문과 해외 부문으로 분리했다.

2008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랜즈방키는 자산과 대출을 해외와 국내 부문으로 나눴다. 이 중 국내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NBI를 설립했다. 정부 회생 절차 하에 해외 채권단들의 자산은 따로 관리했다.

이 같은 아이슬란드의 대응은 아일랜드와 대조적이다. 아일랜드는 어려움을 겪던 모든 은행 부채에 보증을 서고 370억유로(500억달러)를 은행권에 투입했다. 은행권에 투입한 공적자금으로 국가 부채 규모가 불어나며 아일랜드는 급기야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의 구제 금융을 지급받게 됐다.

물론 아이슬란드 은행보다 자산규모가 10배 이상 큰 아일랜드 은행권을 아이슬란드와 단순 비교 할 수만은 없다. 아일랜드가 유로화라는 공동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임의로 통화가치를 절하할 수도 없다는 점도 아일랜드 정부의 카드를 제한했다.

아르니 팔 아르나슨 아이슬란드 경제부 장관은 "만약 아이슬란드가 은행의 모든 부채에 보증을 서는 방안을 택했다면 우리도 아일랜드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온 뱅키의 오스컬더르 올라프슨 최고경영자(CEO)는 "아이슬란드의 국가채무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 역시 그렇게 혹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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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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