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정부 때문 아니야…"..피로회복약 이미지 희석·가격붕괴로 50년 신화 무너질라
"정부나 약사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다. 박카스가 나온 지 50년 됐는데 슈퍼마켓에서 팔더라도 앞으로 5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동아제약(97,900원 ▼2,200 -2.2%)한 임원은 자양강장제 박카스의 약국외판매를 주저하는 진짜 속내를 이처럼 털어놨다.
정부가 박카스를 일반의약품에서 약국외에서도 팔 수 있는 의약외품으로 전환함에 따라 박카스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출시 50년만에 약국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사자인 동아제약은 아직도 박카스를 슈퍼마켓에서도 팔지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동아제약이 약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실제 약사들의 반발은 큰 위협요소는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동아제약 의약품매출 7030억원 중 전문약 매출은 4813억원으로 68%에 달한다. 일반약 매출은 2217억원으로 의약품 매출의 32% 수준.

일반약 매출의 절반 이상은 지난해 1283억원의 매출을 올린 박카스였고, 박카스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일반약은 지난해 매출 200억원 정도를 기록한 감기약 판피린 정도다.
매출규모가 절대적인 전문약의 처방권은 의사들이 쥐고 있어 약사들이 반발하더라도 큰 손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슈퍼마켓에서 박카스의 판매가 늘어나게 되면 약사들의 반발로 인한 일반약 부분의 손실을 상쇄할 여지는 충분한 셈이다.
또 정부가 박카스의 슈퍼마켓 판매를 권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강제규정은 아니다.
동아제약의 진짜 고민은 박카스가 약품에서 음료로 전환되는데 따른 이해득실에 대해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동아제약은 일본판 박카스인 다이쇼제약의 '리포비탄'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리포비탄은 박카스와 유사한 자양강장제다. 리보비탄도 박카스처럼 약국을 통해서만 유통되다가 1999년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슈퍼마켓에서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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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유통망 확대효과를 톡톡히 봤다. 2000년에는 발매이후 최대 매출액은 797억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리포비탄의 매출은 급락하기 시작해 과거보다 연간 100억엔 이상 매출이 줄었다. 슈퍼마켓에서 판매가 늘어나는 것보다 약국에서의 판매 감소가 더 컸기 때문이다.
다이쇼제약은 리포비탄의 판로가 다양해지고 음료와 경쟁이 시작되면서 판매가격을 제어하지 못했다. 기능성 음료나 비타민 음료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가격할인정책을 편 것이다. 이에 따라 약국들은 이익이 적어진 리포비탄의 판매를 주저하게 됐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약국만을 상대로 할 때는 동일한 박카스 유통가격을 유지할 수 있어 약국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됐다"며 "하지만 유통망이 늘어나 슈퍼마켓 등으로 판매가 될 경우 유통과정에서 박카스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박카스가 음료로 시장에서 팔리게 되면 지난 1962년 출시한 이후 가져왔던 '박카스=약'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과거보다 건강보조식품 등 영양섭취도 좋아진 상황에서 '약'이 아닌 '음료'로서 박카스의 효용가치는 평가절하 될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게다가 음료시장은 유행주기가 짧은 분야다. 기능성 음료나 비타민 음료와 치열한 경쟁도 버텨야 한다.
지난 50년 동안 히트상품이었던 박카스의 향후 50년을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중이지만 뾰족한 방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