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떨어지면 아마게돈 같은 대혼란?

美 신용등급 떨어지면 아마게돈 같은 대혼란?

뉴욕=강호병 특파원, 권성희 기자
2011.07.28 16:12

[美디폴트위기 파장]

미국이 8월2일까지 채무한도를 높이지 못해 디폴트된다 해도 이는 일시적이다. 미국 정치권이 협상 속도를 높여 채무한도를 높이기만 하면 디폴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디폴트보다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트리플A에서 슬로베니아와 같은 더블A로 낮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웨셀은 27일(현지시간)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 전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는 되겠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한 경우다. 둘째,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국채수익률이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아마게돈 같은 대혼란이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으로는 큰 충격이 없지만 미국의 쇠락을 예고하며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에 지속적이고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美 금융산업 파장은 제한적일 듯

일단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낮아져도 금융산업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AA 채권만 보유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을 가진 금융회사는 거의 없어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져도 미국 국채를 급격히 줄여야할 필요는 없다.

금융회사들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단기 자금을 빌리는 환매조건부 채권(Repo, 레포) 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6840억달러 규모의 미국 단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관련 협회는 미국 신용등급이 낮아져도 미국 국채를 매도하거나 매수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생명보험협회도 미국 국채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생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국채 등급이 떨어지면 손실에 대비해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 규모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은행들 역시 현재 규정상 미국 국채 등급이 떨어져도 미국 국채 보유에 따른 손실 적립액 규모가 크게 늘어나진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당연히 등급이 떨어졌다 해도 미국 국채를 담보로 은행들에 자금을 빌려줄 것이다.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 역시 장기적으로 달러 표시 자산을 서서히 줄여나갈 수는 있어도 당장 미국 국채를 팔아치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오히려 위안화 절상을 방어하고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가치 절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가 유지되도록 힘써야 하는 입장이다.

◆美 국채수익률 전망은 엇갈려

미국 국채수익률은 어떨까. JP모간체이스의 채권전략 글로벌 대표인 테리 벨튼은 미국의 신용등급이 한단계 낮아지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이 당장 0.05~0.10%포인트 올라갔다 장기적으로는 0.6~0.7%포인트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0.1%포인트 오르면 늘어난 이자비용 때문에 향후 10년간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4350억달러 늘어나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JP모간의 벨튼이 추정한 국채수익률 상승폭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반면 역시 JP모간 체이스에 소속돼 있는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퍼롤리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져도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 역시 렉스 칼럼을 통해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져도 미국 국채 투매가 없을 것이라며 국채수익률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전세계에 유통되는 전체 트리플A 등급 채권 가운데 미국 국채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3%로 절반이 넘는다. 미국 국채가 너무나 보편적으로 보유되고 있기 때문에 다들 팔겠다고 나서면 가격만 폭락할 뿐 팔 상대도 찾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져도 미국 국채 매도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 안팎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수석 미국 담당 전략가인 배리 냅은 1998년에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강등한 후 2주간 일본 국채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신용등급 하락보다는 거시경제적 여건이 자산가격 움직임을 결정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트리플A 등급의 호주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9%인데 더블A인 일본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1%에 불과하다. 국채수익률조차 신용등급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금리와 경제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美 신용등급 하락은 장기적인 美 경제 쇠락의 상징

이런 현실을 종합할 때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돼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즉각적인 패닉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고 한 때의 뉴스 헤드라인으로 별 다른 영향 없이 지나가지도 않을 것이다. WSJ의 웨셀이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 중 장기적인 미국 경제의 쇠락이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무위험 자산이라는 미국 국채가 트리플A가 아니라 더블A인 상황이 장기화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지금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장기적으로 미국 신용등급 더블A 체제에서 어떻게 기능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더블A의 무위험자산에 적응할 것인지, 미국 국채가 무위험 자산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구조적 변화가 야기될지 지켜봐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속가능하지 않는 미국 정부의 헤픈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경각심이 미국 내에서 고조되며 미국의 재정구조 개선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데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인 가르멘 하인하트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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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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