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공포와 괴담의 증시/ 재테크 전략
미국발(發) 공포가 전 세계를 덮쳤다. 미국의 부채를 둘러싼 한여름 괴담은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은 8월 초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가까스로 넘어섰지만, 신용등급 강등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스 앤 푸어스(S&P)는 지난 8월5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했다. 국가별 신용등급이 발표되기 시작한 1941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신용 이벤트'가 발생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글로벌 괴담'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미국발 글로벌 경제타격이 본격화될 경우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림에 따라 국내 시장도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버렸다.
이러한 격변기에는 허겁지겁 대응하려다 보면 오히려 손실을 키우기 쉬운 법. 위기상황일수록 침착하게 '위기 대응 매뉴얼'을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은행 대표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 현명한 투자법을 들어봤다.

◆위기 탈출 1단계/ 전열 정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얻은 '학습효과' 덕에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위기 국면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에 바쁘다. 일부 과대 낙폭주에 이미 발 빠른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반대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빨리 털고 나오자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상황을 지켜보는 PB들은 "전열부터 정비한 뒤 신중하게 대응하라"고 당부한다.
"굳이 살얼음판을 걷는 1번 선수가 될 필요는 없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센터 PB팀장은 "국내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번 격동기가 투자 적기라 볼 수 있지만, 바닥이 확인되고 증시 방향이 결정될 때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가도 수익을 거두기에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융시장 패닉이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만큼 시장이 다시 상승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현재 심리적인 요인 외에는 시장 상황이 변화된 게 없다"며 부화뇌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 센터장은 "실물경제가 아직 바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지금 당장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보다는 시장이 회복되는 신호(지표 등)가 나오면 비중을 조정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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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골드클럽 PB팀장 또한 "보수적인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지금 섣불리 대응하면 악수가 될 수 있다"며 "시장이 방향이 잡히면 그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중립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위기 탈출 2단계/ 실탄 확보
"현금도 투자자산이다."
상황이 급변하는 장세에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실탄(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양재혁 외환은행 본점 WM센터 팀장은 "현금을 보유한다는 것은 보유기간 중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한 예비 자산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며 "수시입출이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등에 넣어두고 향후 투자기회를 엿볼 것"을 추천했다. 그는 "현재 4%수준의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정기예금은 일정기간 유동성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에, 3%정도 이자를 받더라도 입출금이 편리한 MMF가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김창수 팀장은 "유동성이 있어야 충격이 와도 버틸 수 있다"며 "수익 실현을 한 자금은 MMF나 3개월짜리 단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넣어두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동일 팀장도 불안한 장세 속에서 유동자금을 맡길 대상으로 ABCP와 특정금전신탁(MMT)을 추천했다. 그는 "ABCP의 금리가 너무 높으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정기예금보 0.5~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기 탈출 3단계/ 양다리작전
양재혁 외환은행 본점 WM센터 팀장은 "글로벌 시장이 10% 빠지면 우리나라는 20% 빠지고, 글로벌 시장이 10% 오르면 국내는 20% 오르는 등 위아래 변동성이 큰 것이 특징"이라며 "장이 좋아질지 더 나빠질지 확신할 수 없는 시기라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대표적인 상품이 스텝다운형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양 팀장은 "현재 주가에서 반토막만 나지 않는다면 연 10% 수준의 수익을 볼 수 있는 ELS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며 "조정을 받더라도 코스피지수가 1100~1000 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극히 적으니, 지금같이 주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대한 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기대 수익이 다소 적더라도 원금보장형 ELS를 선택하는 게 낫다. 원금 비보장형일 경우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원금손실 구간에 이르게 되면 (주식보다도)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저가매수 하고 싶지만, 원금 손실이 두려운 경우라면 장기 투자용으로 변액보험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신동일 팀장은 "변액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고, 만기 시에는 원금보장이 되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하면서도 일정부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위기 탈출 4단계/ 목표물 공략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전 세계 투자자금이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이라 불리는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대이동 중이다. 특히 강세를 띠는 건 대표 안전자산인 금이다.
금값은 연일 무섭게 올라 온스당 180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실제 10일 장중 1800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렇게 급등한 가격이 부담되지만, 금에 대한 관심은 불안한 상황을 타고 뜨겁다.
이러한 금 투자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립식투자라면 "지금 들어가도 좋다"고 권한다.
송민우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골드센터 팀장은 "금값이 온스당 1300달러 수준일 때 '금을 지금 사도 괜찮냐'고 문의해온 한 투자자는 1400, 1500, 심지어 1700달러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똑같은 질문을 묻고 있다"며 "답은 지금도 변함없이 적립식으로 들어간다면 좋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급등한 금값이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금값이 더 오른 뒤에는 지금 산 것도 싸게 산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내 금값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금을 통장에 적립하는 골드뱅킹, 금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금ETF 등이 활용도가 높다. 단 금에 투자하는 경우 달러 약세가 예상되므로, 환율 하락에 대비해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고정)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떨어지고 있는 원자재투자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르는 금은 더 오르고, 떨어지는 유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유가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가는 지난 9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국의 성장세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둔화하고 있다"는 성명을 냄에 따라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유가가 8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19일 이후 처음이다.
송민우 팀장은 "이미 원유 등 원자재에 투자한 경우라면 인내심이 필요하고, 신규 투자는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농산물의 경우 주식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므로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일부 보유를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원금보존형 DLS(파생결합증권)를 활용해 손실을 방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위기 탈출 5단계/ 역발상 투자
"떨어질 때는 조금이라도 건지려고 빨리 발을 빼지 말고, 거꾸로 빠질 때마다 우량자산 위주로 투자하라."
김인응 센터장은 "급락장에서는 투자 여력이 있다면 우량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조정이 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매입해나가는 역발상 전략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락장에서 수익률 추락의 아픔을 맛본 랩어카운트에 대한 비교·점검도 필수다. 올 상반기 큰 인기를 끌었던 자문형 랩은 최근 '주가폭락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따를 정도로 손실을 키운 상황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몰빵 투자'로 최근 급락장에서 코스피지수 대비는 물론, 펀드 평균수익률을 훨씬 밑도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창수 팀장은 "운용사와 상품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제각각"이라며 "시장 대비 못 미치거나 동일 유형에 비해 수익이 떨어진다면 다른 랩으로 갈아타는 등 이번 계기를 통해 랩의 성격과 우수성을 비교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