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7시 45분께 서울 서초동삼성전자(353,500원 ▼500 -0.14%)본관 1층.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COO)은 출근 길에 이건희 회장을 기다리던 기자들을 뒤로 한 채 보안용 스피드게이트를 거쳐 39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스피드 게이트는 삼성의 사장단을 제외하고는 사원증을 접촉해 IC카드가 인식된 후 지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사장도 이날 자신의 사원증을 스피드 게이트에 댔고, 투명 패널이 양쪽으로 열리자 이를 통과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일반 직원 출근 풍경과 다를 게 없다. 퇴근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는 항상 사원증을 이용해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하는데 간혹 스피드게이트 인식이 늦어져 투명 패널에 막히기도 했다.
다른 그룹의 오너가 인사들이 별도 통로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직원들과 접촉을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삼성 사장단 멤버들은 '예우'를 받는다. 보안요원들이 의전 차원에서 주요 멤머들이 스피드게이트를 통과 하기 전 리모콘으로 문을 열어주는 것. 부회장급 이상 최고위층에는 스피드게이트 옆, 폭 1.5m의 유리문을 열어 준다. 이 문은 이건희 회장과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부에 한해 개방되지만 김 실장은 자청해서 직원들과 같은 통로를 이용하고 있다.
사장급 뿐 아니라 일부 전무급 임원들도 보안요원의 '배려'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희 회장의 장남이자 삼성의 차기 리더인 이 사장은 이런 예우나 배려를 거부한 지 오래다.
보안을 맡고 있는 여직원은 "이 사장이 '나도 삼성 직원 중 한 사람'이라며 사원증을 갖다 대도록 놔두라고 당부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이 사장은 보안요원들이 엘리베이터를 미리 잡아놓는 것도 꺼린다.
삼성의 한 직원은 "한번은 이 사장이 출근길에 보안 요원이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있자 '앞으로 엘리베이터를 잡거나 그러지 마세요'라고 했다"며 "이후 (이 사장은)일반 직원들과 함께 기다렸다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 수학한 이 사장이 글로벌 문화에 익숙한 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소한 그의 출근길 모습은 삼성에선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