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6일 오전 인천 항동 파라다이스호텔현대제철(42,550원 ▼3,200 -6.99%)정기주주총회장. 주총 의장을 맡은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이 안건을 하나씩 상장할 때마다 주주들이 한명씩 손을 들고 "안건에 동의한다"고 외쳤다. 이어 마치 입을 맞춘 듯 여기 저기서 "제청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렇게 주총은 영업실적 보고까지 합쳐 단 29분만에 끝났다.
#2. 같은 날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 주총. 주총 의장인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이사 책임 경감'에 대한 안건을 상장하자 한 주주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변호사의 자문을 구한 뒤 원안을 폐기하고, 이사 책임 경감 부분을 뺀 정관 변경안 수정안을 상정했다. 수정안은 반대 의견 없이 통과됐다.
3월 주총 시즌을 맞아 모든 상장기업들이 주총을 열고 있지만, 주총장의 분위기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주 한명 한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주총도 있는 반면 마치 미리 짜맞추기라고 한듯 일사분란하게 마무리되는 주총도 있다.
시계를 10년 전인 2002년 2월28일로 되돌려 본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 발언 요청을 하다하다 안되자 참다 못한 이후용 당시 경제정의 주총감시단 대표가 확성기를 꺼내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주총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당시 이 대표는 기자에게 "우리나라 주총 문화는 아직 30점"이라고 했다.
이제 주주의 발언권을 완전히 묵살하는 구(舊) 시대적인 주총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주총에서 안건 통과를 선동하고 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이른바 '주총꾼'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삼성전자 주총만 해도 10년 전과는 상전벽해(桑田碧海)다.
16일 주총에서 의장인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총 시간이 당초 예상시간보다 길어져도 "의견을 주실 주주님 더 없으시냐"며 발언을 독려했다. 또 발언시간을 초과하는 주주의 말도 끝까지 경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축제'라는 주총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기업들 못지 않게 주총을 단순히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혼재하는 지금, 우리나라의 주총 문화는 몇 점일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