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것'은 다 된다

'상상하는 것'은 다 된다

이정흔 기자
2012.05.14 10:51

[머니위크 커버]소비의 혁신 '쉐어링'/ 쉐어링 비즈니스, 어디까지 가능한

#. 1년간 중국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직장인 A씨는 통신업체에 근무 중이다. 업무상 중국어를 쓸 일이 전혀 없다. 그런데 그녀에게 요즘 소일거리가 생겼다. 1시간가량의 출퇴근시간을 활용해 중국어 번역 일을 시작한 것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만큼 전문 번역가들처럼 몇백페이지의 원문을 해석하는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저 중국어 몇문장을 한국어로 가르쳐 달라거나, 궁금한 한국어 문장을 중국어로 가르쳐 달라는 것이 전부다. 보수는 크지 않지만 A씨는 자신의 중국어 실력을 활용할 기회를 잡으면서도 용돈까지 벌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SNS 등을 통해 손쉽게 서로의 필요를 연결해주는 '쉐어링 비즈니스'의 탄생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한 카쉐어링업체 '집카', 자동차회사 포드의 공동투자로 중소업체에 대형 실험장비를 공유해주는 '테스크숍'. 대표적으로 언급되곤 하는 해외의 공유경제 모델들이다. 이 같은 성공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공유경제 모델을 사업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낡은 물건부터 여행 경험까지…공유의 무한 진화

현재 '한국식 쉐어링 비즈니스' 개발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논현동에 위치한 '코업'. 아이디어는 있지만 사무실을 빌릴 자금은 부족한 청년 창업가들에게 사무실을 빌려주는 일종의 공간 공유사업이다.

이곳의 양석원 대표가 공유경제 모델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우연히 외국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접하게 됐다는 그는 "용어는 당시 처음 접했지만 이미 나부터 공간을 공유하며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는 데 적잖이 놀랐다"며 "이를 체계적으로 잘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 좋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시작을 떠올렸다.

그는 당장 'CO-UP/Share' 프로젝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10여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와의 네트워크는 물론 사업진행 정도에 따라 500만원에서 3000만원가량의 사업자금을 지원해준다. 일일집밥과 품앗이파워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고 있는 비즈니스모델 중 하나다.

현재 이곳에서 실험 중인 아이디어만 살펴보더라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공유의 대상이 된다. 각 품목에 따라 공동커뮤니티부터 P2P 프로그램을 통한 물물교환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시간을 공유하는 '움'(womb) 서비스는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등을 통해 나의 여유시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주말 동안 나에게 여유시간이 딱 2시간 남는다. 이 두시간을 이용해 이웃집의 바쁜 워킹맘 대신 아이와 놀아주며 용돈 벌이가 가능한 식이다.

방학이 되면 텅텅 비어 있는 대학 기숙사를 공유하는 '돔서핑'. 이를 통해 여행객은 값싸고 안전한 숙박시설을 얻게 되고, 대학은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해 추가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국제적 행사가 있게 되면 일시적으로 대량의 숙박시설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큰돈을 들여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은 일종의 낭비다. 실제 최근 여수박람회 기간 동안 전남대학교 등이 돔서핑에 참여, 박람회 측과 대학 그리고 여행객들이 저마다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은 대표적인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여행자들에게 빈방을 빌려주고 공짜 숙박을 중개해주는 '카우치서핑'을 벤치마킹한 '컬투어'나 '플레이플래닛' 같은 모델도 한국형 여행 공유서비스로 눈여겨볼 만하다. 현지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험자와의 연결을 통해 나에게 꼭 맞는 특별한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초· 중등생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알려주는 재능기부교육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스마트교실'.교육과학부와 SK텔레콤이 공교육활성화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

 

◆'체험' 끌어낼 수 있어야 성공

양 대표는 "최근 벤처창업가들 사이에서도 공유경제 모델은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외부업체에 강연 요청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강의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예비창업자들이 눈빛을 빛내며 그의 강의에 집중하곤 한다.

그러나 양 대표는 이 같은 열기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성공모델인 에어비엔비도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 꼬박 3년 넘게 고생했다"며 "이 같은 초창기 고생의 과정은 보지 않고 무작정 성공한 지금의 모습만 보고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공유경제 모델의 사업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서비스든 사업적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체험'이다. 실질적으로 공유경제 모델에 참여함으로써 돈을 절약하거나 벌어본 경험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그래서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며 "이 같은 서비스 모델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단순히 기존의 임대업이나 심부름센터로 비춰질 수도 있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공유경제 모델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에어비엔비를 예로 들었다. 초창기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에어비엔비가 선택한 방법은 전문 포토그래퍼 10여명을 고용한 것. 이들을 통해 집을 빌려준다는 이들의 공간을 멋들어진 사진으로 남겨 소비자로 하여금 '믿고 묵을 만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로 했다. 이후 이 사이트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네트워크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때마침(?) 경제불황으로 몇푼의 임대수익이라도 벌어보고자 많은 이들이 앞다퉈 빈방을 내놓으며 돈벌이에 뛰어든 것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양 대표는 "이처럼 공유경제 모델은 수익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새로 생산해내지 않아도 가능한 모델이 등장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이미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을 남들에게 빌려줌으로써 약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열린 셈이다. 혹은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업이 아니더라도 짧은 자투리 시간만 있으면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을 수익활동과 연계할 수 있다.

빌려쓰는 사람은 적은 돈에 필요를 충족할 수 있으니 이익이다. 이를 연결해주는 중개업자 역시 소정의 수수료를 얻는다. 물론 중개업자도 참여자도 이를 통해 '대박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숨어있는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해 낸다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셈이다.

양 대표는 "이 같은 모델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이 체험을 학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아직은 이 같은 사업 모델이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그런 경험이 쌓이는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좋은 성공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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